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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Aug 17. 2023

희끗 건조하고 메마른 도시

느티나무 군집

2021.01.08.

#느티나무 겨울 군집

공간마다 특유의 기운이 있다. 계절마다 뿜는 분위기도 다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시공간을 아우르는 위안이 있다.

느티나무 군집은 사람을 모은다. 한여름 그늘이더니, 아니었다. 겨울, 계절의 구별을 꺾었다. 쪼그려 앉아 쉴 때, 나도 저 품안에서 위안이다.

겨울 가지 사이로 희끗 건조하고 메마른 도시의 불빛이 파르르 떤다.


뭣도 아닌데 뭣인양 진지하여 삼엄한 것은 선천적으로 기질에 맞지 않고,

뭣인데도 뭣이 아니라 손사레치는 것은 남사스러운 짓에 체질적으로 알러지가 있음이라.


내가 느티나무 씨를 뿌려 길렀으니 그들이 서른살을 넘겨 한창 사유의 지평이 깊고 푸르다. 느티나무 씨앗, 들깨 한 알 크기가 우주를 넉넉하게 품었다. 고독한 혼자였을 세월이 있어 장년의 늠름함이 의젓하다. 그러니 어쩌랴, 여전히 혼자 골몰하며 아닌 척 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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