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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Jun 18. 2022

연골연화증이지만 러닝하기

초보 러너의 성장기..?

근데 아직 10번 정도 밖에 안 뛰었다. 나는 전문가는 아니고 성취 기록용으로 글을 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연골연화증을 앓고 있는 분들이 나의 근황에 대해 많이 물어봐 주셔서 ㅎㅎ.. 근황 토크 겸 남겨본다.



나는 무릎 연골연화증 진단을 받고 자전거부터 헬스까지 나름 이런저런 운동을 시도해 보았다.

이 모든 운동들은 무릎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지만 일단 내 신체 능력? 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 컸고, 정확한 자세나 운동법 등을 알게 되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몸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컨트롤 능력이 생긴 것에 내심 뿌듯했다. 그렇다고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말이다. 헬스도 어느 정도 할 줄 알다 보니 새로운 운동에 대한 갈증도 커졌다. 그래서 나는 왜 러닝을 시작했을까?


한 달 전에 나는 서울에서 수원 광교 호수공원 근처로 이사를 왔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다니던 PT샵을 정리하게 되었고 이사 준비다 뭐다 하면서 2달 동안 운동을 쉬게 되었다. 그러니 또다시 아파지더라.. 이놈의 무릎 ^^ 1년 동안 PT도 받았지만 완벽하게 이 무릎의 통증을 없앨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내가 꾸준히 노력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 다시 이사 얘기로 돌아와서 직장은 강남인데 나는 왜 광교 호수공원으로 왔냐고? 서울의 비좁은 빌라촌이 너무 싫었고, 근처에 한강이 있었지만 한강까지 가기엔 자전거로도 20분.. 다들 서울 인프라가 좋다고 했지만 나에게 맞는 인프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컸었다(물론 돈이 많아서 바로 한강이 집 앞이라면 다른 얘기). 탈서울을 마음먹고 집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걸어서 5분이면 이렇게 깔끔하고 좋은 호수 공원이 집 앞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고 여기서 운동할 내 모습이 상상되었다. 또 하나 가장 중요한 점은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 같은 층에 피트니스센터가 있다는 것.. !! 거기다 월 2만 원. 직장도 신분당선으로 한 방에 30분이면 가는데?.. 이사를 안 올 이유가 없었다.



호수 공원이라는 지역적 환경의 영향이 제일 컸지만 나의 폐활량의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헬스를 할 때 유산소운동을 신경 써서 하지는 않았는데, 어느 날 회사에서 다 같이 무거운 짐을 옮기는데 나 혼자만 헐떡이고 있는 것이다.. 분명 운동도 1년 넘게 했는데 이게 말이 되나? 지금까지 내가 운동한 건 뭐지? 싶었다. 무릎이 아파지고 난 후 중요한 약속에 지각할 것 같아도 깜빡이는 신호등에, 20분 기다려야 되는 버스가 곧 출발할 것 같아도 나는 절대로 뛰지 않았다. 무릎에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한 번 아프고 나면 3-4일은 그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졌으니까. 그런데 운동을 하면 할수록 무릎을 안 쓸 수는 없고 무릎 통증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 나는 앞으로 평생 안 뛸 건가? 근력 운동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수원으로 이사를 왔고, 늘어난 전셋값의 뽕을 뽑아야겠다는 다짐과 왜 수원으로 가냐는 지인들의 질타들이 나의 러닝에 큰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이렇게 쓰고 보니 무슨 운동에 미친 사람 같지만 전혀 아니다.. 평범한 소시민)



세 번째 이유는 이미 러닝을 하고 있는 동네 지인 덕에 나는 첫 발을 뗄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완전히. 절대로. 나는 뛰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주변에 러닝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큰 축복이다. 위의 여타 다른 이유들보다도 나를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기회다. 처음 러닝의 시작은 호수 공원 한 바퀴를 도는 것이었다. 러닝이라고 하면 걷는 것보단 속도가 훨씬 빨라야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빨리 뛰는 것이 러닝의 핵심인 줄 알았는데 멈추지 않고 오래 뛰는 것이었다. 다행히 러닝을 알려주는 지인이 있었기 때문에 시행착오 없이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고 완주를 할 수 있었다. 광교 호수공원 한 바퀴는 거의 3km 정도인데 나는 조금 부족하게 2.94km를 페이스 8분대로 뛰었다. 중간중간에 호흡이 너무 달리고 폐가 터질 것 같지만 옆에서 페이스 조절하는 타이밍을 알려주고 멈추지 말라고 해주는 사람이 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잘못되더라도 도와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에 겁먹지 않을 수 있었다.



마지막 부근쯤엔 거의 질질 끌려가다시피 완주했지만 계속 뛰다가 멈추니 세상이 돌아버리는 것 같고 얼굴은 터질 것 같았지만 조금 쉬고 나니 너무 개운했다. 웨이트로 흘리는 땀과는 차원이 다른 개운함이 있었다. 아 이래서 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2번 정도는 혼자 뛰어보게 되었는데 처음에 뛸 때보다 호흡 조절이 가능해지고 조금씩 기록이 단축되었다(그래봤자 3.17km.. 7분 대 페이스ㅋㅋ). 사실 혼자 처음 뛰었을 때 중간중간 멈추고 싶은 생각이 5번 정도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데 뭐 어때?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아, 여기까지 왔는데 멈추면 앞으로 계속 멈추다 뛰다 할 거다. 그리고 처음 지인과 뛰었을 때 "안돼, 멈추지 마"라고 북돋아주던 목소리가 자동 응답기처럼 들렸다. 멈추지 말자는 생각으로 그렇게 죽어라 완주했다. 다 뛰었을 때 따라오는 개운함은 혼자 뛰고 났을 때에 배가 되었다.



그래서 내 무릎은 안 아프냐고? 아프긴 아프다. 다음 날 계단을 내려갈 때 조금? 아팠는데 그다음 날엔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고관절이 아프다.. 올바른 자세로 천천히 뛰고 쿠션감이 있는 운동화는 필수로 챙기길 바란다. 계속 뛰다 보니 오른쪽 고관절만 아픈데 이것도 신경 쓰면서 왼쪽 발에도 오른발을 디딜 때만큼 체중이 갈 수 있게 해야겠다. 러닝은 한 쪽 발로만 체중을 견디기 때문에 발바닥을 디딜 때의 포지션도 아주 중요하다. 다행히 나는 자세가 나쁘지 않아서? 지금까진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러닝 전/후로 스트레칭도 꼭 해줘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 무릎이 안 좋거나 혹은 관절에 통증이 있는데 낫지 않아 무기력해질 때 포기하지 말고 첫걸음을 떼보라고 용기를 주고 싶다. 생각보다 우리 신체는 꽤 건강하다. 그래도 다치지 않게 욕심부리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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