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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Jul 14. 2022

처음 4km를 완주하다.

러닝을 하면 비 맞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자, 이번엔 4km 갑니다."


2주 전, 러닝 스승님과 4km를 완주했다.

러닝을 시작한 지 11번째 정도에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겁나 힘들었다 ㅎㅎㅎㅎㅎ


사실 다른 친구는 2km 뛰고 힘들면  걷다가 다시  2km 뛰라고 하는데 나의 스승님은 아주 혹독하다. 어쨌든 내가 스승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이유는,  힘든 러닝 기록을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계속 기록을 갱신하신 분이라는  때문이다.(20km 그냥 뛰시는 .. ) 그러니 일단 신뢰가 있다. 나의 경우 2km ~ 3km 조금 넘게 뛰는 정도였고 일주일에 1, 많으면 2 뛰는 정도였기 때문에 1km  뛴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중간에 멈출 수도 있겠다 생각은 했다.


코스는 우리   원천호수의  바퀴를  다음, 건너편 신대호수의  바퀴를 도는 코스로  4km인데 중간에 오르막길이 2 정도 있다. 솔직히 코스 분석?  나는 모르겠고 그 분께서  길로 가자고 하면 가는 거다. 코스 분석은 스승님의 .. 최근에 비가 자주 와서 날씨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는데, 4km 뛰려고 했던 날엔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뛰기에 최적이었다. 그렇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공원 풍경을 바라보는데 운동하는 사람이  많고  속에 나도 속해있다고 생각하니 무언가 마음속에서 간질거리는  느껴졌다. 스승님의 집은 신대호수 근처인데 우리   호수까지 뛰어오시고 그다음에 나랑 같이 뛰신다. 10km 뛰어야 뛰신  같다고...


"오늘은 무조건 완주입니다. 멈추는 거 없어요.

멈추면, 10만 원 기부하기 잊지 마세요."


"네.."


이전에 뛰었을  내가 중간에 힘들어서 멈춘 전적이 있기 때문에.. 돈을 걸고 동기부여를 해주셨는데, 그래도 좋은 일에 쓰자 해서 10  기부 빵으로 ㅎㅎ 이번 코스를 달리게 되었다. (혹시 목표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하신 분이라면 추천드린다. 역시 돈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데 탁월한 재료.) 그래도 3km 뛰던 사람인데 4km 점프 ? 하는 것이니 나름 쉬운 코스로 안내해주셨고,  날은 완주가 목표였으므로 무리하게 속도는 내지 않았다. 7 후반 ~ 8 초반대로 유지하며 그저 앞으로 걷듯이 뛰기만 했다.


자주 뛰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2km까지는 아주 순조롭게 뛸 수 있었다. 뛰는 동안 우리 집 앞 호수가 아닌 다른 곳의 자연경관도 구경하면서 여유도 부리고 말이다. 물론 숨은 차지만 엄청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오~ 오늘 좀 뛰는데?' 하는 생각으로 나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뛰었다. 그런데 3km쯤 도달하니 그때부터 뭔가 숨 쉬는 페이스가 잘 맞춰지지 않았다. 오르막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평지였는데 너무 힘이 드는 거다. 왜인지 생각해보니 그 구간부터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정말 뛰는   몸뿐만 아니라 모든 환경의 영향을 오롯이 받는구나.  커다란 자연 속에 인간은  나약해..라는 생각도 불현듯 했다가 너무 힘들어지니 아무런 생각도  들며 .. .. 거리며 다보니 겨우 겨우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중간에 더위 때문에 진짜 한계에 달했고 벌레도 먹었지만, 결국 완주는 했고 성취감과 함께 미친 듯이 땀이 났다. 힘들어서 앉으려는 찰나, 뛰고 바로 앉지 말라던 스승님의 말이 생각나서 앉다가 일어서서 천천히 걸으니 칭찬이 들린다. 나는 .. ..거리고 있는데 이렇게만   아쉬운지  짧게 뛰고 오신다며  하니 가셨다가 다시 돌아오는.. 정말로 대단해요. 리스펙(분명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집으로 가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얼마 만에 이렇게 비를 맞아봤는지... 여름의 더운 날이라 조금 꿉꿉한 느낌이었지만, 쏟아지는 몸에 맞아 흐르는데 오히려 마음속에 무겁게 지고 왔던 무언가가 씻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 몸으로 뛰어다니니 이런 경험도 하게 되는구나! 오늘도 뛰길 잘했다." 맛나게 밥을 먹고 그렇게 집에 들어와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는데, 빗물로 씻겨진 마음이 너무 상쾌해 기분 좋게 잠에   있었다.


그리고 다음 ,


"다음엔 5km가야죠 ㅎㅎ"

"하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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