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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Aug 07. 2022

5km의 벽을 넘자. 그다음은..?

가을까지 10km를 뛰어봐요

4km를 처음 뛴 지 약 10일 후 바로 5km에 도전하게 되었다. (도전이라 쓰고 끌려갔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은데..) 사실 러닝은 나의 운동 사이클에서 부수적인 부분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주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호랑이 스승님이 계셔서 그런가? 목표 없이 뛰던 나에게 목표를 심어주시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목표는 마지막에 소개하기로 하고 5km를 뛴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4km를 완주한 지 10일밖에 안됐는데 바로 5km로 넘어가는 게 맞는 것인가.. 의구심은 들었지만 일단 스승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처음 5km를 도전한 날엔 역시나 마지막 1km 구간은 질질 끌려갔다.. 그래도 4km를 뛰고 바로 5km를 달성해서 뿌듯했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자괴감에 드는 순간이 오는 게 마련. 두 번째로 5km를 도전하게 된 날의 코스는..

"다음엔 정자역으로 갑시다"

"넵!"

내가 뛰는 코스는 광교 호수공원과 용인의 신대호수였으나 스승님께서 새로운 코스를 뛰자고 오더를 내리셨다. 정자역은 예전에 두 번 정도 가봐서 알고 있었다. 평지이고 일직선으로 쭉 뻗은 곳이라 러닝 외에도 자전거 라이딩 하기에도 너무 좋겠다 생각했던 곳이었다. 마침 스승님은 정자역에서 몇 번 러닝을 하신 경험이 있으셨고 새로운 코스를 뛰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 하셔서 아무런 의심 없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저녁을 먹은 뒤 9시에 우리는 정자역에 도착했다. 탄천이 바로 옆에 있어서 물 냄새가 비릿하게 났지만, 물 냄새에 대한 불만을 느끼는 건 뛰기 시작한 지 2km 구간까지 누릴 수 있는 여유였고, 그 이후부터 물 냄새는커녕 주변 경관도 보지 못 했던 것 같다. 3km쯤 도달해 다시 턴해서 돌아오는데 이상하게 평지인데도 스승님을 따라가는 것이 벅찼다. 점점 간격이 벌어지니 벌어진 간격을 또 좁혀야지 싶어서 더 뛰고, 또 그 속도를 유지하는 게 힘들어졌다. 뭔가 이상했다. 나의 속도는 그대로인데 점점 멀어지는 스승님의 등.. 그러다 나란히 뛰고 있는데 갑자기 스승님의 속도가 빨라지는 거다..?


"헥.. 뭐예.. 요!? 왜.. 더 빨라.. 져요?"

" ^ ^ "


스승님의 계략이었다. 오늘 속도를 내겠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3km를 지나서 턴을 할 때 뭔가 더 힘들더라니.. 남은 2km 구간부터 천천히 속도를 올리셨던 거다. 그냥 같이 뛰어주시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페이스 조절까지 고려해서 나름 나를 훈련시키고 계셨던 것이다. 감동이지만.. 생각보다 너무 힘들잖아요..!! 결국 나는 100m를 남겨두고 멈춰버렸고 4.99km라는 아쉬운 기록을 남겨버렸다 ㅠㅠ 내가 멈춰서 정신 못 차리고 있으니 자긴 좀 더 뛰고 오겠다며 얄밉게 저 멀리로 쌩- 가버리는 스승님.. 그래도 페이스를 점차 높이면서 달렸기 때문에 기록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0.01km... 기록을 보더니 스승님도 함께 아쉬워하셨다. 다음엔 무조건 숫자를 딱 맞춰야지 다짐하며 다음 5km 러닝을 고대했다.


5km - 0.01km = 4.99km...




그렇게 또 일주일 후, 평소에 뛰는 코스(원천호수 to 신대호수)로 5km를 달리기로 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고 바람도 적당히 잘 불었던 것 같다. 그리고 5km를 두 번 뛰었던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3km까지는 무리 없이 잘 달릴 수 있었다. 스승님께서도 이번에는 몰래^^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달려주셨다. 그러다 점점 힘이 빠지고 있는데 끝날 것 같으면서 이상하게 5km가 안 끝나는 거다..?

"거의 다 왔어요! 여기서부턴 빨리 달려봅시다!"

"... 헥?"


그때부터 어디서 힘이 났는지, 아니면 여유가 있었던 건지 이 악물고 마지막이다! 싶은 생각으로 발을 더 굴렸다. 곧 이 힘듦이 끝날 거라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개운해졌고, 빠르게 바람을 가르니 땀에 젖은 앞머리가 얼굴에 스치면서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엔 항상 질질 끌려가는 내 모습을 보다가 스퍼트를 내는 나의 모습에 스승도 적잖이 놀라셨다. 그리고 멈춰서 기록을 보니 응? 5.13km..??


"스승님!! 5km 아니잖아요.. 더 뛰었잖아요..!!"

"덕분에 스퍼트도 내고 기록을 신하셨지 않습니까? ^^ "

"아니~"

"이 상태면 가을엔 10km 뛸 수 있겠는데요?^^"


그렇게 나의 목표는 정해진 거다. 가을엔 10km를 뛰어야 하는 걸로..

(일단 저 5km의 벽부터 좀 깰게요..)




치밀하고 세심하게 훈련을 시켜주는 스승님 덕분에 나의 폐 건강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가을이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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