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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보 Oct 27. 2021

죽긴 싫은데 죽은 듯 자고 싶어

불면에 적극 대처해보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디든 머리만 대면 자는 사람과 뒤척이다 겨우 잠드는 사람. 나는 후자인 데다 중간에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부류다. 잠귀도 밝다. “어유, 예민해서 그래.” 주위에서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수면장애의 일종이라는 것을,  수면제를 먹어야만 불면증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새벽 12시~2시 30분이면 잠이 깨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점점 늘어났다. 차라리 좀 더 늦게 일어나면 하루를 일찍 시작해 보기라도 하련만, 애매한 시간이다 보니 꼭 다시 잠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자야 한다’는 강박, ‘나는 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숙면에 큰 적이라는 걸 잘 몰랐다. 책 읽기, 인생계획 세우기, 핸드폰 사진 정리, 양 숫자 세기 등 온갖 걸 해봤지만 숙면으로의 길은 멀었다.


수면환경부터 점검해봤다. 암막커튼은 십수 년째 써오고 있고 편안한 매트리스와 베개, 적절한 온습도는 이미 장착돼 있다. 사실 마음에 걸렸던 건 카페인이다. 수면장애를 의심하기 전까지 나는 카페인과는 상관없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후 늦게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러고도 간헐적으로 잠 못 이루는 일이 생기자 친구가 아로마오일을 선물해줬다. 라벤더, 베르가못 등 숙면에 좋기로 알려진 오일이 믹스된 것으로 베개에 3~5방울 떨어뜨리면 된다. 오일병을 열면 오늘밤은 문제없을 거라는 기대가 산뜻한 향기와 함께 밀려든다. 효과가 좋은 편이었다.


아무 것도 소용없던 어느 밤엔 수면유도음악 앱을 다운받았다. 명상음악, 수면음악, ASMR 등 사운드테라피는 이미 거대한 장르였다. 여러 앱의 백색소음을 비교해보고 유명 ASMR 유튜버들의 채널도 방문하면서 내게 맞는 소리를 찾는 여정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효과를 본 건 빗소리와 숲의 풀벌레소리. 먹는 소리는 괜히 위장을 자극한 탓인지 실패였다.



'하기싫어병'이 도진 최근, 이틀에 한 번 꼴로 새벽에 잠드는 날들이 이어졌다. 챙겨먹을 자신이 없어, 먹었다가 저녁 일정에 지장이 생길까 미뤄뒀던 수면영양제를 구매했다. 타트 체리가 주원료인데 알약 형태여서 간편했다. 일주일에 3번 정도 먹는데 어떤 날은 잘 자기도, 어떤 날은 못 자기도 했다. 효과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가장 최근의 나는 걷는다. 숙면 팁 중에 ‘잠들기 전엔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마라’는 게 있다. 다행히(?) 요즘 회사를 쉬고 있어 오전 중에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걷지 못한 날은 이러다 중간에 또 깨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잠을 청한다. 이래저래 나의 불면은 크고 작은 걱정들과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것이지 싶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걱정이나 스트레스 없이 잠자리에 들 날이 올까? 그걸 없애려하기보다는 잠자리에 끌고 들어가지  않을 요량이다. 안방 스위치를 내리면서 "탁" 소리와 함께 주문을 건다. 걱정과 스트레스여 안녕, 내일 아침에 보자!


얼마 전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수면 질을 분석해보니 왠일? ‘보통으로 나왔다. 결과가 의아했지만 ‘ 생각보다  자고 있는  아닐까?’ 하는 안도가 찾아왔다. 숙면에 좋은 것들을 검색하고 『수면혁명』,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  관련 책을 읽으며 나만의 숙면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하나하나씩 실천하다 보니  자는 날이  많아졌다. 나처럼 불면인  불면 아닌 불면 같은 밤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소소한 리스트를 공개한다.


생각 편

나는 잘 못자는 사람이 아니다. 필요한 만큼 자고 있다. 잠은 시간이 아니라 질이 관건이다.

중간에 잠이 깨더라도 괜찮다. 다시 피곤해지는 순간은 반드시 오니까.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수면 질이 낮은 게 아니다. 낮 동안 비실대지 않고 잘 깨어 있으면 괜찮다.

전등을 끄면 나의 뇌도 꺼진다. 내일 일은 내일, 오늘 일도 내일 생각하자.


실천 편

걱정은 걱정노트에 쓰고 잊어버린다.

카페인의 노예임을 인정한다. 커피는 어지간하면 오전에 1잔만 마신다.

잠들기 3시간 전부터 먹지 않는다. 위장을 쉬게 하자.

잠들기 1시간 전부터는 핸드폰을 하지 않는다.

나만의 수면의식을 실천한다. 핸드폰은 비행기모드로 → 종아리/발 마사지 → 복식호흡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요즘 나는 10시면 잠이 오든 안 오든 방에 들어간다.

중간에 깨면 자율훈련법(아래) → 아로마오일 → 수면유도음악 순으로 시도해본다.


자율훈련법 (『적게 자도 괜찮습니다』 참조)

몸 구석구석이 따뜻해지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고 상상하며 해본다.

안정 연습: 마음이 (매우) 차분해지고 있다

사지 무게감 연습: 양팔과 양다리가 (매우) 무겁다

사지 온감 연습: 양팔과 양다리가 (매우) 따뜻하다

심장 조정 연습: 심장이 (자연스레) 차분히 규칙적으로 뛰고 있다

호흡 조정 연습: (자연스레) 편하게 호흡하고 있다

흉부 온도감 연습: 배가 따뜻하다

이마 냉감 연습: 이마가 상쾌할 정도로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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