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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향기 Dec 03. 2022

꾸역꾸역 쓰는 시

오래도록 허한 마음에 생기 있게 말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허한 마음은 더운 날씨 때문이라 둘러댔지만,

더운 날씨 뒤에 감춰진 마음을 가르는 바람 때문인 것을 난 알고 있다.


바람은 열기를 가득 품고 혼탁한 숨을 한가득 뱉어내듯

내 온몸을 뒤흔들어댄다.

그 바람 역시 나 자신에게서 나온 것일 텐데,

내가 만든 바람에 내가 쓰러지고 있다.


생기를 잃은 나의 말이 바람에 흩어진다.

나뒹구는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처럼

마음 바닥에서 쪼글쪼글 말라 나뒹굴다 흩어져 버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꾸역꾸역 이렇게 적어보는 것뿐.

다행히 적는 법만은 잃어버리지 않았다.


살기 위해 입맛도 없는데 밥을 꾸역꾸역 삼키듯,

살기 위해 적을 맘도 없는데 꾸역꾸역 적어본다.


꾸역꾸역 삼킨 밥이 체하지나 않고 잘 내려가

한 줌의 생기로 돌아오길 바라듯


꾸역꾸역 적은 글이 막히지나 않고 써내려 져

한 줌의 생기로 나에게 오길…


정갈하게 써내려 진 벗의 시를 읽으며

나에게 다시 호흡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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