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으로 흐르던 물

by 나무향기

주말이 되어 근처에 있는 내추럴 브리지(natural bridge)를 찾았다. 글로우 웜(glow worm)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이름처럼 큰 바위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다리 모양을 하고 있고, 그 다리 밑에는 반짝이는 빛을 내는 벌레들이 붙어있다. 비가 많이 와 물이 많이 불은 터라 폭포가 장관이었다. 무섭게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그칠 줄 모르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그 물은 강이 되어 저 아래로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노자는 물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물은 모든 생물에 이로움을 주면서 다투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즐겨 있다."-도덕경


물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모든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위대한 힘이 있다. 그럼에도 자신이 잘났다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고 다투지 않는다. 그저 아래로 아래로만 흐르며 낮은 곳을 찾아간다.


더 높은 곳을 향하면 결국 내려올 일 밖에 없다. 올라가기만 좋아했던 시절, 난 그렇게 낙하의 좌절과 하강의 두려움을 자주 맛보았다. 그럼에도 계속 올라가려고만 했었고 오르는 데 지쳐 주저앉아야 했다.


아래에 머물며 평온함과 여유를 즐기게 된 지금은 더 이상 올라가려 애쓰지 않는다. 물을 보며 진작에 알아차려야 했을 것을 오랜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오르려 하기보다 낮은 곳에 머무르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성경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추어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여질 것입니다."

어느 집에 초대받은 바리새인들이 윗자리를 선택하는 것을 보고 예수는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권하셨다. 미리부터 좋은 자리에 앉아 있다가 더 중요한 사람이 와서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수치를 당하지 말고, 끝자리에 앉아 있다가 더 높은 자리로 옮겨지는 영예를 받으라고 권하셨다.


물은 계산 없이 낮은 곳으로 흐른다. 내가 다른 이를 얼마나 이롭게 했느냐를 생각하며 자기의 자리를 찾지 않고, 그저 계산 없이 아래로만 흐른다. 아래로 아래로 흘렀던 물은 모이고 모여, 커다란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고 낮은 곳에서 평온함을 누렸다가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하늘로 올라간다.


물은 자신이 높여지는 그 일조차 부끄럽게 여겨 보이지 않게 하늘로 올라간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모습으로 위로 올라간다. 어쩔 수 없이 올라가야 할 자리가 있다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겸손하게 올라간다.


물이 자신을 힘차게 드러내는 일이 있다면 그건, 폭포처럼 내려올 때이다. 사정없이 아래로 떨어져도 두려운 기색 없다. 그칠 줄 모르고 커다란 소리를 내며 용감하게 아래로 떨어진다.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만은 자신을 힘껏 드러내고 있다. 아래로 떨어지는 즐거움을 인간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낮은 곳으로 가게 되었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아래로 곤두박질쳤다고 겁낼 필요가 없다. 낮은 곳에 머물 때, 저 아래에 머물 때, 물이 그러한 것처럼 평온함을 누리다 결국 올라가게 될 것이다.

설령 올라가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내 옆에 강과 바다로 함께할 누군가가 있다면 저 아래 머물러도 만족하며 살 수 있다.


낮은 곳으로 흐르던 물은 하늘로 올라간다. 조용히 평온하게 아래에 머물다가 소리 없이 위로 올라간다.


오늘의 희열 카드- 흐르는 물 카드




<사진출처: national parks in Queensland내추럴 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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