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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Oct 12. 2020

부담감, 기대해도 좋다

부담감 나사를 조절하는 법

 누군가 나에게 인생을 살면서 제일 힘든 감정이 무어냐고 물어본다면


  ‘부담감’이라고 답할 것이다.


 나에게 부담감은 늘 피하고 싶고 피할 수 없다면 얼른 잘 마무리해서 떨쳐내고 싶은 감정이었다.


 누군가에게 부담감은 두려움보다는 얼른 뛰어넘고 도전하고 싶은 욕구와 함께 열정이 끓어오른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적당한 부담감이 수반되는 일에 늘 도전하고, 계절마다 아슬아슬하게 즐길 수 있는 익사이팅한 스포츠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부담감은 ‘잘 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감정으로 일이 잘 마무리될 때까지 나를 불안함에 얽매이게 했다.


 얼마 전 직장에서 일하는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 자의로 옮긴 부서였기에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얼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빠르게 습득해서 기존에 계신 분들과의 업무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고 곧잘 이해하여 업무를 수행했다. 이직을 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경력직은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수준을 기대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이전에 접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기술 언어를 사용하여 기존의 서비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는 업무가 생겼다. 난생처음 보는 기술 언어였지만 내가 해보겠다고 손을 들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중간에 들어왔으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얼른 경험해서 익숙해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 말에 책임져야 했다.


 납기는 정해져 있고 다른 일들과도 병행해야 해야 했기에, 생소하고 사용 경험이 없다는 것은 부담감을 안고 가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결국 불안해서 주말에도 노트북을 붙잡고 있기 일쑤였고, 엎친 데 덮친 격 외국 솔루션이라 매뉴얼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 빠르게 이해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납기 안에 개발을 완료했다. 물론 그 부담감 때문인지, 음식을 잘 못 먹은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며칠을 장염에 걸려 고생했다. 어찌 되었든, 난 해내었고 조금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업무 난이도가 어려워서 혹은 이해가 쉽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 것들은 견딜 만한 어려움이었다. 그보다는 기한 내에 못 해낼까 봐, 혹시 제대로 개발하지 못해서 타 시스템의 문제를 야기시키는 원인이 될까 봐. 그런 생각들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막상 하다 보면 다 해낼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해내기까지는 모른다. 내가 해낼 수 있음을.


어려운 일이라서 부담감이 생기는 것이고
잘 해내고 싶어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연차는 계속 쌓여가고 앞으로 직장과 사회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바는 더 커질 것이다.


 부담감을 극복해야 하는 일은 더 많아지고, 책임감에서 오는 두려움의 강도는 더할 것이다.


 그때마다 부담감과 두려움에 짓눌려 병원 행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 부담감을 극복까지는 하지 못하더라도 조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담감은 점점 커져서 퇴근 후에도 내 삶 속까지 파고 들어와 계속 힘들게 할 것이니 말이다.


 부담감이 생길 때 내가 속으로 되뇌고 명심하는 말이 있다.


기회라는 것은 항상 부담이 따른다

부담이 줄어들면 기회와 성장이 없어지고
기회와 성장이 주어지면 부담감이 동반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기회라는 것은 항상 두려움과 부담감이 따르는 일임을 인정하면 지금 내가 너무 부담스럽고 두렵다는 것은 내가 지금 큰 기회를 얻은 것이다. 즉, 부담감을 극복하고 나면 나한테 좋은 기회와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승진, 고과가 되었든 사람들의 인정이 되었든 나중의 기회를 얻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주변에 누군가는 비교적 부담감이 작은 늘 쉬운 일만 하면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고과를 인정받는 것 같다고 부러워할 것 없다. 부담감이 적을수록 점점 기회와 성장과는 멀어진다. 몇몇 특수 케이스를 제외한다면..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서 부담감이 생기는 것이고

잘 해내고 싶어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유명 배우들도 작품이 끝나면 인터뷰 끝에 항상 덧붙이는 말이 있다. 그간에 했던 배역과 전혀 다른 새로운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에 도전하거나 1인 2역을 맡아 명 연기를 펼치고 나면 항상 이렇게 말한다.

 최근 즐겨본 드라마 중 연쇄살인마 이야기를 다룬 <악의 꽃>이 종영하면서 이준기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사실 처음 시작했던 때만 해도 어렵게 느껴지고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부담감이 컸어요.

함께 해주신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 분들 그리고 동료 배우 분들 덕분에 잘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준기>


 실제로 애청자로서 극 중 이준기 배우의 연기는 완벽했다. 모두가 이렇게 부담감을 안고 살아간다. 부담감이 힘든 것은 해냈지 못했을 때의 받게 될 이후 상황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  

 

 앞서 나는 부담감이  나에게  기회라고 했다.

실패했을 때의 내 모습이 계속 떠오를 때마다 해낸 후 나에게 올 기회와 보상을 떠올려 보자.


 여전히 나는 내가 해보지 않은 일 혹은 남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 일에 대해서는 할 수 있냐는 물음에 ‘한 번 해볼게요.’라고 답한다. ‘네. 할 수 있어요.’ 라고는 답하지 못하겠다. 그 대답은 혹시나 해내지 못했을 때의 두려움을 배로 안고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어떻게든 해내겠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살아가면서 부담감과 두려움의 나사를 조절하는 일이다


 너무 겁먹어도 막상 그 결과는 아닐 수도 있고, 사실해보고 나니 별 것 아닌데 겁먹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부담감과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다.


부담감이 없는 일을 찾는 것보다 두려움의 나사를 내 맘대로 조절하는 편이 더 빠르다.

쉽지 않겠지만 살아가면서 조절하면 된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틀리면 고치면 되고

잘못하면 죄송하다고 하면 된다


<법륜스님>


 물론 직장에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큰 책임이 부여되고 회사에서 기대하는 역량이 있어 법륜스님의 말처럼 답하기는 쉽지 않다. ‘죄송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죄송할 줄 모르고 했어?'라는 차가운 표정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가짐 만이라도 ‘부담감 나사’를 조금씩 풀어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겁이 날 때마다 부담감을 극복했을 때의 내 모습을 기대하면서 마음가짐을 조금씩 조절해보자.

 부담감에 짓눌려 병원 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독수리전망대에서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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