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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프로 Mar 11. 2024

빗나간 주먹 : 폭행죄

때려야 폭행죄라고? 착각에서 깨어나라!

[생활 사례]


  꺽정이가 유흥가를 거닐고 있다. 어제 반대편 조직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사실이 너무 분하다. 담배 한 개 피를 입에 물고 뿌연 연기를 흩날리며 걷는 꺽정이의 등에서 왠지 모를 서글픔과 스산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울고 싶을 때 뺨 때리는 인간은 존재하는 법. 웬 놈이 길동이를 향해 '뭐 하는 놈이 길바닥에서 담배를 꼬나물어?'라고 외친다. 얼씨구나 지화자 좋다. 꺽정이는 그의 얼굴 앞으로 전광석화 같은 주먹을 내질렀다. 남성은 꺽정이의 주먹이 얼굴에 닿기도 전에 바람 앞에 촛불처럼 사그라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폭행죄 법리 설명]

  

  사람에게 주먹을 휘둘러선 안 된다. 상대방이 당신의 돌덩이 같은 주먹에 맞거나 말거나 당신은 폭행죄로 처벌받는다. 그 이유는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면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신체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면 성립하는 폭행죄


    오 신이시여. 직접적 유형력이라니요! 법률 세계의 언어는 인간 두뇌에 해롭습니다. 필자가 이 유해 물질을 청정하게 바꿀 수 있도록 3중 헤파 필터를 내려 주소서! 직접적 유형력이 인정되는 경우는 아래와 같다.


구타, 밀치기, 옷을 세게 잡아당기기, 몸에 침 뱉기, 몸을 향해 주먹이나 발을 휘두르거나 물체 던지기

머리카락 절단, 강한 빛을 눈에 쏘기 등, 고함을 질러 놀라게 하기 등


  구타는 가장 대표적인 폭행이다. 그러나 반드시 신체에 타격을 가해야만 폭행죄로 처벌받는 건 아니다. 그리고 당신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행동도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 필자가 수사한 폭행죄 사례다.


(사례)  길동이와 은별이는 과거 주차 문제로 몇 차례 언쟁을 벌였다. 길동이가 은별이 소유 빌라의 주차장에 주차하자 열받은 은별이가 길동이에게 그러지 라고 따진 거다. 그러나 길동이는 은별이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그 장소에 주차했고, 이를 본 은별이는 결국 활화산처럼 정수리에서 분노를 쏟아냈다. 흥분한 은별이가 차에서 내리는 길동이에게 “주차하지 말라는데 왜 주차하냐!”라고 소리치며 1초간 길동이의 손목을 붙잡았다.  


  은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판사는 은별이에게 약식명령(벌금 50만 원)을 내렸다. 당신은 이제 폭행죄가 얼마나 넓게 인정되는지 알아버렸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손목을 잡아도 안 된다. 하물며 당신이 적대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얼굴이나 몸통에 주먹을 휘두르면, 그 순간 상대방의 신체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한 폭행이 인정된다. 안 맞아도 폭행이고, 맞으면 빼박이다! 양자는 처벌 수위가 다를 뿐이다. 잊지 마라.


집사여! 나의 철퇴 같은 솜방망이를 받아라! 그리고 츄르 좀 다오!



[폭행죄 발생 예방]



① 당신은 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마라!

  

  112 신고 중에 가장 흔한 신고가 '시비'다. 상대방과 시비 중에 일어난 화(火)가 폭행으로 이어진다. 필자가 신고 현장에 나가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을 들어보면, 모두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해서 화가 났다고 말한다. 자존감 높은 사람은 상대방의 저급하고 부정적인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당신은 세상 단 하나뿐인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다. 낮은 자존감은 자신을 상대방과 비교하는 일에서 잉태된다. 존귀한 존재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다. 이걸 잊지 마라.


※ 자존감 높은 분들은 말씀도 예쁘게 해 주시더라요. 현장에서 잘 말씀드리지 못하나 늘 감사합니다!




② 상대방과 마찰이 생기면 즉시 112에 신고!


  하지만 당신만 올바르다고 지구가 천국이 있는 방향으로 자전하진 않는다. 상대방이 막가파 또는 현세에 일절 미련이 없는 인간이면 대처 불가다. 입에 걸레를 물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시비 걸고 다니는 인간은 여러모로 골치 아프다. 자칫 잘못 상대하면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린다. 그땐 112를 눌러라. 경찰 뒀다가 뭐 하나? 성실히 세금을 내는 당신이 올바르게 보상받는 순간이다. 필자가 현장에 출동하여 상황을 중재한다. 당신이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필요한 수사에 착수한다. 굳이 당신이 직접 미친놈과 싸울 필요가 없다.





③ 도망쳐라!


  엥? 뭐? 도망? 그래! 도망쳐라! 필요한 순간 당신의 본능이 급격하고 요란한 사이렌을 울릴 거다. 그 소리를 무시하고 상대방과 대치하면 안 된다. 당신이 본능을 무시한 채 상대방과 대치하면 일이 잘 풀려야 폭행 피해자가 되는 거고, 일이 지저분하게 꼬일 경우 쌍방폭행의 당사자가 된다.


  당신이 상대방을 찰지게 팼으면 억울하지 않다. 그러나 당신은 예수의 심정으로 상대방이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주고 있었는데, 실컷 당신을 때린 상대방이 경찰에게 자신도 맞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화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싶으면 위와 같은 경험을 한 번만 해보면 된다. 복장 터진다. 이렇게 지저분한 사건에 휘말리면 불필요한 일로 경찰서를 들락날락해야 하고 억울한 처벌도 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필자가 감히 추천한다. 도망쳐라! 필자도 더러운 일에 휘말릴 거 같으면 상대방의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부디 당신이 폭행죄에 연루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폭행은 유흥가 일대 술집이나 주점에서 많이 발생한다. 술은 마음껏 먹되 이성을 잃진 않아야 한다. 하나 마나 한 이야기이긴 한데 직업상 술이 야기하는 범죄를 너무 많이 본 필자의 꼰대질을 이해해 달라. 부디 당신이 무탈하길 바라는 필자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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