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망울

by 오승현






[ 눈망울 ]


거울 없이

스마트폰 없이

나를 보는 법


너의 맑고 투명한

눈망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것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던 방식—

너의 눈동자에 잠겨

물결처럼 흔들리던 작은 나


너에게 잠긴 나,

나에게 잠긴 너를 바라보며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닮아간다


너는 나의 거울,

나는 너의 거울


빛에 따라

갈색 초록 검정으로

물결 따라 흔들리던

너의 눈망울


그 작고 깊은 눈 하나에

잠겨 있던 순수한 내가

오늘따라 아득히 그립다










“이 시는 아빠인 제가 아이의 눈망울을 들여다보다가 얻은 아주 작은 깨달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거울 속의 나는 늘 불완전한 얼굴로 서 있었지만, 아이의 눈 속에 비친 나는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사랑스러운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선명한 카메라를 만들어내지만, 정작 나를 가장 정확하게 비추어 주는 것은 아이가 가진 그 투명한 눈망울 하나였습니다. 그 눈망울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태초의 나’를 보았고,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오늘도 그 눈망울을 그리워하며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이전 23화나의 방, 나의 배, 나의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