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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Sep 02. 2023

목이 뻣뻣해질 때

투명 목깁스를 한 사람 나야 나

아침에 눈을 떠서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아직 알람이 울리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다시 잠을 청하려는 찰나, 목이 뻣뻣하다. 순간 반갑지 않은 손님, 담이 찾아왔음을 알았다. 자고 있을 때는 몰랐다가 인지하고 나니 로봇목이 되어 움직임이 영 불편하다.


보이지 않는 투명 목 깁스를 한 채 엉거주춤 목을 세우고 침대에서 조심히 내려온다. 목을 곧추세운 채 아침에 해야 할 일을 차례차례 한다. 투명 목깁스는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기에 그 어려움을 몰라주니 당사자는 왠지 억울하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몸을 날래게 움직여도 아침시간은 거의 3배속으로 흘러가는데 움직임이 마뜩잖으니 행동이 굼뜬다.

머리를 감는 것도, 말리는 것도 투명 목깁스를 하고서는 영 불편하다. 어찌어찌 출근 준비와 아이들 아침 준비를 마치고 일도 하고 집안일도 했다.


어른들이 병을 키우다 병이 무서워 또 병원에 안 가고 못 가는 것처럼, 나에게도 참는 병이 있어 참고 참다 못 견디면 병원에 가는데, 얼마 전 호되게 당했던 봉와직염을 맞닥뜨리고 나서는 자주 가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께 한 마디 듣긴 했다. 미리미리 빨리 병원에 오라고.


곧 주말이어 병원 가기가 어려우니 부랴부랴 퇴근길에 병원에 들렀다. 역시나 인기 있는 병원이라 대기가 1시간이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보는데 책 보기도 쉽지 않아 벽에 등을 붙이고 핸드폰을 들었다. 어쩌면 이 자세가 병을 키운 건가 만든 건가 싶기도 하고, 거북목 일지, 디스크 일지, 단순 담 일지 아마 다 해당이 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진료를 기다려 본다.


진료 후 병명은 경추염좌. 여긴 항상 병명도 속시원히 알려주시고, 제일 하기 쉬운 말인 엑스레이부터 찍고 보자고 하시지 않아서 믿음이 간다. 우선 촉진으로 목디스크 여부를 확인하시는 듯했고, 3개월 이내에 목 엑스레이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면 한 번 찍어서 확인해 보는 것이 유의미하겠다 말씀하신다. 부드럽고 자세하게 환자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의사 선생님은 우리 동네와 인근 지역에서 명의로 소문날만하다.


엑스레이를 찍고 와서는 일자목이 심하다며 퇴행성 목 디스크로 발전 가능성이 다분하니 생활 속 실천사항을 알려주시고 물리치료도 권하신다. 그리고 약물과 주사 요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시며 아직은 약물로 가능하다고 처방을 해 주신다.

진료시 항상 증상과 치료에 대해 적어주시는 선생님


막연히 목에 이상이 있고 생활에 불편함을 겪어 찾은 병원이지만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만져 주시는 의사 선생님 덕분에 병원에서 나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또 여기저기서 걱정해 주시는 걱정 어린 안부와 정보들에 마음이 뜨뜻해졌다.


목이 뻣뻣해질 때 어깨도 뻐근해지면서 전신의 피로함이 몰려왔다. 머리하나만 지탱해 주는 게 목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목은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목이 뻣뻣해졌을 때  떠오른 생각이 있는데 바로 성경에  나오는 목이 곧은 백성이라는 표현이다. 성경에서는 이 표현이 비유적으로 사용되어 자기 고집만을 내세워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


나의 목 통증은 좋지 않은 자세로 계속 이렇게 두면 안 된다는 몸이 보내는 신호이지만, 목이 곧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 영혼이 보내는 신호는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혼이 보내는 신호도 무시하지 않고 잘 보살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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