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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Jul 17. 2023

7월의 장미

5월쯤에 장미 화분을 선물로 받았다. 그때도 장미가 끝물이지만 장미 화분으로 오래오래 두고 보시라며 선물을 주셨는데 그래도 5월은 장미가 만발하는 때니 예쁘게 감상하다가 장미가 다 진 뒤에도 텃밭 옆 한편에 잘 두고 물은 부지런히 주며 장미가 없는 장미화분을 두고 있었다. 잎도 벌레가 많이 먹어 그런지, 아님 직사광선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지 많이 거뭇거뭇해서 장미에 대해 아무 지식이 없던 나는 내년까지 장미화분이 살아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텃밭 식물과 함께 있는 듯, 없는 듯 자라나고 살아있었던 장미였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꽃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세상에나 뾰로롱 하고 장미꽃이 두 송이 피어나 있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장미꽃 봤냐며 다 죽어가는 가 해서 안타까웠는데 꽃을 피웠다고 신기해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심지어 장미가 죽어 가는 것 같아 뽑아 버리고 오이를 심을까 했다는 남편이었는데 이렇게 꽃을 피워내니 뽑진 못하겠다며 너무 신기해서 종일 우리만의 화젯거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5월이 되면 길을 걷다가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장미꽃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꽃집에서 파는 장미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다른 집들 마당에 심겨 오묘한 색깔로 피어나는 장미를 보면 마음이 설레고 따스해져서 5월의 산책길이 기분 좋아지곤 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 집에도 장미나무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장미화분을 선물 받으니 기뻤다. 그런데 정작 화분은 관리가 쉽지가 않아서 안타까워하면서도 손을 써주진 못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꽃을 틔워 이렇게 기쁨을 안겨주다니 기쁘고 감사했다.


식물로 힐링한다 하여 식물테라피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인테리어의 끝은 식물이라는 말도 어디서 주어 들었다. 식물을 정성스럽게 돌보는 사람들을 식집사라고 한다는 것도 들었다. 식집사도 아니고, 식물테라피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집에 들어온 화분을 죽여서 내보내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집 안에서 3개의 식물을 키우고는 있다. 이번 장미화분은 집에 들일 자리가 없어 텃밭 옆에 뒀을 뿐인데 꽃을 피워내다니, 그저 대견하고 기특했다. 이게 바로 식물로 힐링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면서 말이다.


식물을 키우면서 계속 아이를 키우고 내가 성장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매일이 똑같아서 자라나지 않고 꽃을 피우지 않는 것 같아도 자신의 때에 맞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내고 있구나. 누가 보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하고 있구나 싶어서 똑같은 매일이 모여 자라나고 성장할 아이들과 나를 꿈꿔 본다. 그 어느 꽃보다 반가운 우리 집의 7월 장미가 뜻하지 않은 기쁨과 생각거리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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