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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평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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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Sep 23. 2024

036 불안할 땐 뇌과학(캐서린 피트먼 저)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생관과 행복론을 지니고 있다. 지금 까지 존재했고, 존재하며, 존재할 인간의 숫자만큼 다양한 것이 각자의 인생관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타인의 인생관에 대해 공감한 것은 쇼펜하우어의 그것이었다.

최근 들어 그와 관련된 여러 책들이 발간되며 우리 사회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이센의 철학자는 다소 부정적인 인생관을 지녔다. 그는 "인생은 의미 없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태어났다면 생을 빨리 마감하는 것이 차선이다"라며 삶에 대해 극도의 부정적 인식을 보여준다.

물론 내가 그의 극단적인 부정성을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인생을 논함에 있어 '인생=고통'이라는 명제를 기본으로 고통의 소거라는 목적지향적 태도를 추구하였다. 평소 불필요한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관점에 깊게 공감이 되었다.

나는 매일같이 내 삶의 고통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앞에 놓인 수많은 불안 요소들을 나열하고 복기한다. 마치 체크리스트의 '완료' 버튼을 누르듯 걱정거리를 소거하며 일말의 안정감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하루가 멀게 늘어나는 걱정 리스트에 밤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리스트 소거가 잠시의 평안을 주는 반면 이를 떠올리는 매 순간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불안할 땐 뇌과학>에 따르면 뇌에서 불안과 걱정을 관장하는 부위는 편도체와 피질이다. 편도체는 경험을 통해 감정기억을 형성한다. 이러한 감정 기억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들렌 효과가 감정기억의 긍정적 발현이다. 나에게는 학창 시절 수능이 끝나고 들었던 노래가 그 사례이다. 수능을 치른 지 20년이 다돼 가지만 아직도 그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끼곤 한다.

반대로 감정기억은 부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책의 사례를 인용하자면, 한 베트남 참전 용사는 목욕할 때마다 공황발작이 오곤 했는데, 여러 상담과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를 그가 쓰는 비누가 베트남 참전 시 사용했던 제품과 같은 브랜드였다는 것이다. 같은 비누 냄새가 수십 년 전의 전쟁에서 겪은 끔찍한 기억을 환기시키며 편도체가 극도의 공포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우리가 이유 없이 공포심을 느끼거나 불안을 느낄 때는 아마 편도체의 이 기능이 발현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편도체 발 공포와 불안은 다소 즉각적이며 비논리적이다.

반면 피질에서 유발되는 걱정은 우리의 논리적 추론에 따른 결과이다. 피질 내 전두엽은 주어진 정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선사한다. 이는 미래를 계획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해 주지만, 과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전해 준다. 거기에 과도한 걱정은 편도체를 자극해 불안한 감정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이 또한 책에 인용된 사례를 살펴보자.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문득 집의 가스밸브를 잠갔는지 의문이 든다. 조수석에 아내에게 물었지만 그녀도 기억하지 못한다. 갑자기 잠그지 않았다면, 그래서 갑자기 불이 난다면 어쩌나, 걱정이 시작된다. 화염에 휩싸인 주택이 방영되던 뉴스 영상이 떠오르며 엄청난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걱정은 편도체, 피질의 작용이다. 적절한 걱정은 우리의 삶을 대비하는데 도움 되지만, 과도하고 반복적인 불안에 빠진다면 우리는 불필요한 우울감 속으로 침전할지 모른다. 바로 뇌의 가소성 때문이다.

뇌의 신경회로는 "가장 분주한 것이 생존한다(survival of the busiest)"는 원칙으로 작동한다. 다윈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을 오마주한 이 문장은 뇌 가소성을 잘 설명한다. 마치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이 길러지듯 뇌도 자주 사용하는 회로는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다.

즉 만약 매일같이 걱정하고 불안을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뇌의 해당 회로가 강화되고 전반적인 사고가 부정편향에 빠질 위험에 처한다.  

그렇기에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인생을 대하는 쇼펜하우어적 태도를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고통이 아닌 행복의 연속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견지해야겠다. 인생의 직관을 긍정향으로 수정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 이와 관련해 뜻깊었던 경험이 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역작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유명세만큼 이 문장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나 또한 <불안할 땐 뇌과학>을 읽기 전과 후 이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이전 해석은 쇼펜하우어적인 관점이었다. 불행한 가정은 돈이 없든, 가정폭력이 있든, 건강에 문제가 있든 다양한 이유로 제각각이다. 반면 행복한 가정은 다양한 결핍을 해소하였기에 불행이 부재한 모습으로 서로 닮았다. 이전의 나는 이렇게 고통, 결핍의 소거에서 행복을 찾았다.

그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싶다는 의식적인 과정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이 문장을 바라보게 되었다. 똑같이 100억의 자산이 있는 두 사람이라도 1000억을 가진 사람과 비교하느냐, 아니면 현 상황에 만족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정도는 천지차이다. 즉 불행한 사람은 제각각의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처지를 불만족하지만, 행복한 사람은 대체로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같은 문장이지만 이전과 지금의 나의 관점 차이는 극명하다. 전자가 결핍을 탐색하며 소거하는 것에 행복이 있다고 보는 반면, 후자는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의 근원이라 본 것이다. 물론 전자의 행복론이 더 진취적으로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하나의 개인으로서 나는 후자의 관점이 내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SNS상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불행에 빠지곤 한다. 자꾸 내가 갖지 못한 것만 동경하는 것이다. 뇌의 가소성이 우리의 뇌를 부정적 사고로 절여 버리기 전에, 그래서 계속된 불행으로 자신을 침전시키기 전에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꿔보는 게 어떨까. 내가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만족할 수 있도록, 그래서 불안과 걱정, 불행과 불만에 자신을 속박하지 않도록 말이다. 결국은 긍정적인 사고를 갖자는 상투적인 교훈이지만, 불안과 걱정이 아닌 행복에 대한 반복적이고 의식적인 자각이 불행이 팽배한 우리 사회를 구제할 뇌과학적인 최고의 해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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