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로봇 청소기"

by 나무파파

"깨끗이 청소를 시작할게요!"

로봇청소기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부랴부랴 바닥의 물건들을 정리한다. 정리가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이 정도 수고로 집안을 늘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큰 혜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집안 청소까지 신경 쓰기란 쉽지 않다. 매일 아침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과 나의 출근 준비로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퇴근하고는 저녁을 차려 먹고 아이와 놀아주기 바쁘다. 빠듯한 시간에도 우리 집을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는 건 다 로봇청소기 덕분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번갈아 육아휴직을 했다가 지난해 7월 다시 맞벌이 부부가 되었다. 둘 다 직장을 다니기에 청소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우리 부부는 세 가지 선택지를 고민했다.

1.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청소를 한다.

이 선택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기각. 육아에 직장이라는 전쟁터가 추가되는 마당에 열심히 청소하겠다는 의지는 쉽게 깨지는 얇은 와인잔 같다.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청소를 하겠다는 야심 찬 열정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릴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2. 주말마다 청소해 주시는 분을 고용한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호불호가 극명히 나뉘었다. 사람을 타기 때문이다. 좋은 분을 만나면 만족하는 서비스이지만 운이 없으면 돈은 돈대로 나가고, 불만은 불만대로 쌓인다는 거다. 거기에 더해, '어차피 주말에 청소해 주시니까…'라는 생각으로 일상적인 청소를 더욱 소홀히 하게 될 것이고, 결국 주중에는 지저분한 집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성의 오류(?)와 복불복의 모험이 두려워 이 선택지 또한 고심 끝에 탈락.

3. 로봇청소기를 구입한다.

마지막까지 이 선택지를 고심한 이유는 높은 초기 비용 때문이었다. 가격이 저렴한 모델을 사자니 안 사느니만 못할 것 같고, 세간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로보○ 브랜드의 청소기를 사자니 200만 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그래도 복직하면 수입이 늘어나니까, 오래 잘 쓰면 그만큼 뽕을 뽑을 수 있으니까라는 이유로 세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그런데 구성의 오류란 게 로봇청소기에게도 적용되는 거였다. 예전에는 바닥에 먼지나 머리카락이 보이면 바로 치웠다. 그런데 로봇청소기가 일을 시작한 이후에는 내 무릎과 허리를 조금이라도 고생시키지 않고 싶어졌다. 그러나 어린 아들이 내가 그렇게 외면한 먼지와 머리카락을 해맑은 미소와 함께 입에 넣는 모습을 보자, 로봇청소기와 나는 서로에게 업무를 전가할 수 없는 청소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로봇청소기가 매일 청소를 해도 나와 아내가 추가로 청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도 로봇청소기의 존재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로보로보'라는 귀여운 이름도 붙여줬다. 가끔 회사에서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앱을 통해 로보로보가 열심히 청소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곤 한다. 불멍이 아닌 로청멍이다.

우리 부부는 복직을 앞두고 퇴근 후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일상을 두려워했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노동이 무한히 반복되며 여가시간은 상실될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다행히 로보로보를 위시한 많은 가전제품들이 우리의 시간을 아껴주었다. 그들의 노고로 확보된 우리의 여가시간은 짧지만 소중하다. 아니, 찰나이기에 존귀하다.

다이아몬드가 값비싼 이유는 희소하기 때문이다. 자유시간의 절대량이 줄어든 지금, 그 약간의 시간이 우리 부부에게는 엄청나게 소중하다. 예전에는 퇴근 후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멍하니 TV를 보거나, 할 일 없이 뒹굴었다. 근데 지금은 하루에 두어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파워 J인 나는 계획을 세워 우리 부부의 소중한 자유 시간을 살뜰히 쓰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각종 가전제품 덕분에 가사 노동시간이 줄었고, 집안일의 완성도 또한 높아져 더 청결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조금은 아쉽다. 지금보다 조금 더... 조금 더 자유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끊이질 않는다.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가 아직도 세탁 바구니에 쌓여 있다. 서둘러 옷장이라는 보금자리로 들어가게 해 달라는 아우성이 들리지만 애써 외면한다. 하루빨리 빨래 개주는 가전제품이 등장하길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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