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눈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눈이 와서 생각났다고 연락을 주는 사람이 있었나요?
눈이 이렇게 오면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에게 이 고운 모습을 찍어 보여주고 싶어서 시린 손을 참고 숨소리도 참으며 눈 내리는 새벽을 핸드폰에 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이런 고운 장면을 반대로 선물 받기도 하겠죠.
해 뜨는 하늘, 해질 무렵 노을, 구름, 나무, 들꽃사진부터 하다못해 내가 먹은 음식 사진까지
좋은 거, 고운 거 나누고픈 그 마음이 사랑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할 때,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크기가 무게로 시작하는 건 기적과 같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은 서로 좋아해도 조금 더 좋아하고 조금 사랑을 덜벋고, 상대적으로 조금 덜 사랑해도 조금 더 사랑받는 그런 불균형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거든요.
감정을 저울로 재서 공평하게 시작!을 외칠 수 없으니까요.
그럼 나는 받는 사랑을 하고 싶다, 주는 사랑을 하고 싶다 선택이 되던가요?
그 역시 사람의 의지와 이성의 판단으로 조절이 되는 영역이 아니지요?
사랑받는 게 행복한 거다 주변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내가 주는 사랑의 관계가 시작되어 버리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내가 그만큼 돌려받지 못해도
내 맘은 몰라줘도
나는 조금 외로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겐 더 주고 싶고 아깝지 않은
상대방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하지만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목마른 법이기에
가끔은 부어주고, 쏟아주고, 아낌없이 주다가도
울컥 서러워지는 날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더러는 내가 그리 곱게 보던 이가 야속해보일 때도 있을테고요.
성숙한 사랑은 출발선이 비록 달랐어도
마음의 크기가 비록 달랐어도
점차 둘의 속도와 균형을 맞춰가는 관계겠지요.
지난날을 돌아보면 감사하게도 저는 받는 사랑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그 마음 모르지 않았고 서로 걸음을 맞춰가며 좋은 연애를 했던 추억이 있어요.
딱 한번 내가 더 많이 사랑하는, 주는 연애를 해봤는데
사랑의 크기가 벅차 나를 휘청이게도 하고
평소 나 같지 않은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소중한 마음이 닳아 없어질까, 불면 날아갈까 그렇게 애틋한 감정을 경험했어요.
또 그 반대엔 빛과 그림자처럼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허탈한 마음과 때론 서운함과 속상함이 어느 날 왈칵, 비 오는 날 흙길을 걷는 것처럼 질척 질척 한없이 나를 작고 무겁게 만들기도 했죠.
하지만 주는 사랑을 해보니
이제야 비로소
받는 사랑이 얼마나 축복인지, 귀한 건지도 깨닫고
나의 사랑을 기대하던 상대의 눈물겨운 정성과 마음이 어떤 것이었을지도
그 기다림이 설렘과 동시에 얼마나 외로웠을지도
이제는 짐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알아야
그제서야
진짜 사랑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닐까요.
바람에 한없이 가벼이 날리는 눈발을
마음으로 담아 보냈을 그 마음은
사실은 지구의 중력, 달의 인력만큼이나 무겁고 큰 마음이었을 수도 있으니
우리 그 마음 부디 알아봐 주고, 반겨주길
속도와 균형을 맞춰나가는, 서로 주고받는 성숙한 사랑하시길
고운 눈 흩날리는 모습 바라보며 새벽녘 뒤척이며 떠오른 생각을 담아봅니다.
새삼
사랑은
아이처럼
숨김없이, 겁없이, 좌절없이,
작은 것에 행복해하며 만들어가는 것이
정답이란 생각이 드네요
떼를 쓰다가도
뒤돌아서 엄마에게 웃으며 달려오던 아이처럼.
더러의 힘든 날을 뒤로 하고
오늘은 다시 힘내 활짝 웃으며 서로를 보듬는
우리가 되길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