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 옷으로 갈아입었던 나에게

스스로 헌 옷을 입은 새 사람처럼 느껴질 때 새 옷이 필요하리라

by 빛작


옷은 우리에게 많은 유용함을 준다. 일차적인 기능은 나열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여전히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만큼 심리적, 정신적인 표현의 도구로써 옷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화려함을 좋아하거나 단정함을 선호하거나 그저 옷에는 무관심하거나 우리들의 마음과 정신은 옷으로 표출된다. 무엇을 감추고 싶거나 어떤 것을 과하게 부각시키고자 하는 실리적인 이유로 결과는 겉으로 보여진다. 엉덩이를 가려야 한다든가 키가 커 보여야 한다는 생각. 옷이 특별히 청결해 보여야 하는 자리이거나 자기 관리의 요소로서, 나를 충분히 드러내고 싶을 때도 있겠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옷을 사고, 옷장을 뒤적거리고 같은 동작으로 팔다리를 훈련시켜 거울 앞에 선다. 지금 같은 겨울에는 겉옷에 가려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재킷과 코트와 바지는 온전히 밖으로 드러나며, 스스로도 드러나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매일 다르게 갈아입고 출근을 한다... 아마도 많은 직장인들은... 왜냐하면 내가 달라 보이기 때문에, 아니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옷으로 자신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믿어서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잘 어울리는 컬러를 퍼스널 컬러라고 부르고, 되고자 하는 이미지와 보이고 싶은 성향대로 입으며, 만들어가는 (사회화되어 가는) 성격, 취향까지 파격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롤모델과 트렌드에 맞추어가려는 노력도 아주 강하지 않던가.


자주 마주치게 되는 동료, 늘 만나오던 친구, 나의 스타일을 잘 아는 가족둘러싸여 있다 보면 한결같은 옷차림을 한 어떠한 ‘나’ 도 있고 어쩌다 이미지를 달리 하여. 기분과 분위기를 전환하고 싶은 어느 ‘당신’ 도 있며, 돈과 노력을 들여 자신에게 매월 보상하는 어느 곳의 '우리들'의 모습으로 우리는 각자의 이미지를 책해 나가게 된다. 더럽고 해진 옷을 입는 시도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스로 헌 옷을 입은 새 사람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그 옷을 계속 입는 것이 낡은 부대에 새 술을 담는 꼴이 된다면 그제야 새 옷이 필요하리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이 구절에서 옷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다. 내면적인 의미로 접근해야만 깊은 뜻을 알 수 있다. 소로우의 글을 읽으며, 번득 든 생각을 써 내려가면서, 우리가 갖추고 있는 물건은 어떻게 용하게 되었는지 짚어보았다



운동을 하기 위해 장비와 옷을 사고, 악기를 배우기 위해서 악기와 부속품들과 심지어는 그 악기에 어울릴만한 옷과 연주회에 구색을 맞출 메이컵 소모품들을 살 때가 있다. 나의 첫 차를 사고 그동안 못 누렸던 사치를 필요 이상으로 차 안에 쏟아부었다. 이제껏 시드머니를 모으기 위해 수고한 나를 위해 명품 백과 겨울패딩과 피부관리샵 쿠폰을 결제했다. 예를 들어서 말이다.


여기서, 새벽에 읽은 책 속 한 구절을 더 적어본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할 생각이라면 입던 헌 옷을 입은 채 시작하기 바란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어떤 인물이 되느냐이지 갖추어야 할 물건이 아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난날, 마다의 굵직한 사건을 하나씩 적어본 적이 있는데, 헌 옷을 입은 채 뭔가를 해냈던 경우는 새 옷으로 바꿔 입는 데에 힘을 들인 때 노력의 정도나 일을 마주 하는 태도가 달랐음을 알게 되었다. 짚더미로 지은 집처럼게 무너고, 서둘러 결과를 얻으려 쉽게 단념했던 시간이 적지 않았기에, 그 원인은 옷을 새로 갈아입었 까닭이었다.





급격하게 변화된 상황을 맞닥뜨려야 할 때, 의도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여 해결해 나갈 방법을 찾고 있을 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생산해내야 할 때에 어떠한 과정 중이라도 어떤 일을 어떻게 해내느냐에 달렸다.

깨어있어야 할 때 깨어나지 못할 때, 력을 불어넣어야 함에도 나태에 빠져있을 때, 우리는 꿰뚫어야 할 문제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 출발점은 여기서부터다. 라서, 확신이 설 수 있도록 마음을 다지는 것 그 이상의 어떤 것이든 물건을 갖추어야 하는 일은 없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입은 옷이 좋으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는 뜻이지만 새로 비싸게 주고 산 옷을 입으라는 뜻은 아니다. 자신의 Fit 즉, 몸에 맞는 정도에 과하지 않을 정도의 모양새들이 조화를 이루면 되는 것이다.


' 입은 옷'을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마음가짐 또는 태도라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 그것은 곧 생각이요, 결국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오래된 옷을 입고도 내면에서 나오는 용기와 신념으로 타인에게 그 힘을 미칠 수 있다면 적어도 필요 이상의 꾸미는 행위로 인한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노력에 사람들은 자발적인 아량을 내어 줄 것이다.




어제까지는 TPO에 맞는 옷을 고르는 시간이었다. 물론 몇 해째 입던 익숙한 옷들이다. 생각의 먼지를 털고, 느긋했던 일상의 단추를 튼튼하게 묶고, 어떤 일을 누구와 언제 어떻게 할지 궁리해 본다. 충분히 있는 그대로의 같은 모습으로... 읽고 쓰는 것 그대로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물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없다. 매일 새 옷으로 갈아입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출처

사진 : pixabay

글 :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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