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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삐삐?

by 빛작 Mar 23. 2025

[등장인물]


* 국제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명 '말괄량이 삐삐'의 주인공 삐삐.


* 세균의 존재를 증명하고 저온살균법을 개발한 19세기 프랑스 화학자, 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


함께 사는 지구의 시공간이 왜곡되어, 삐삐(1945)와 루이 파스퇴르(1822-1895)는 역사적인 편지를 주고받게 됩니다. 호기심과 실험정신이 강한 두 사람은 보통의 친구 사이처럼 우정을 나눕니다. 지금부터, 재미와 상상이 담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내 친구 삐삐에게


삐삐와의 편지를 나의 친구 푸세에게 이야기했더니, 자기를 세상에 좀 더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실패한 과학자가 아니라 발견해 내기 위해 도전한

과학자로 말이에요. 업적을 가진 사람만을 기억하는 세상은 불공평하다나요.


지난번에... 더러운 블라우스 속에서 쥐가 생겼다는 실험 이야기를 했었죠? 블라우스 속에는 이미 밀 씨앗이 들어있었고요. 고기를 넣은 세 개의 컵- 뚜껑 없는 것, 거즈로 덮은 것, 살균시킨 것- 을 두고 실험을 한 과학자가 펠릭스 푸세어요. 그는 거즈 위에서 알이 발견되었다고 결론을 내렸지요.

*펠릭스 푸세 (1759~1820)


나는 자연발생설을 비판하는 과학자들의 주장에 허점을 증명해내고 싶었어요. 꼭 다른 실험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친구의 이야기를 해줄게요.


*스팔란차니 (1729~1799) 미생물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생겨난다는 의견을 갖고 있던 거죠. 저절로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거예요.


스팔란차니는 플라스크를 끓여 미생물을 없앴어요. 그런 다음 뚜껑을 닫고 미생물이 죽지 않도록 숨이 통하게 했어요. 외부의 균이 드나들게 설계했던 거예요.      


여기에 나는 더 명확한 방법을 찾으려고 했어요      

! 어떤 방법이 있을까... 실험실 책상에 앉아 며칠을 고민했요.      




과학 아카데미에서는 프랑스 과학자에게 도전 과제를 주었어요. 나의 의견과 통하는 주제로 말이에요.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미생물로부터 생겨난다는 걸 밝혀내야 하는 거였어요

내가 어떤 실험에 도전했는지 궁금하죠?

 

실험실에는 삐삐의 호기심을 끌 만한 물건이 많아요. 둥근 바닥 플라스크, 알코올램프, 집게, 솜마개를 준비했어요. 플라스크는 유리로 되어 있고요. 목이 긴 꽃병처럼 생겼답니다.      


여기서, 플라스크 입구에 들어가는 공기를 솜으로 걸러 냈더니, 식물의 홀씨처럼 생긴 게 묻어나더군요. 그래서 더 집중했지요.


모든 가능성과 상상을 시도했어요

자연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면 수프가 담긴 플라스크의 뚜껑을 닫으면 어떻게 될까? 플라스크의 입구를 솜으로 막는 건 어까 하고요.      

이제 뜨겁게 달군 플라스크를 멸균하지 않은 솜 마개로 막았어요.


!그랬더니, 플라스크 안의 영양액에서 미생물이 자라는 걸 보게 됐어요.   


영양액을 넣은 플라스크의 입구를 솜 마개로 막는 대신 플라스크의 목을 아주 뜨겁게 가열했어요. 뜨거울 때 길게 늘여 여러 번 구부려 본 거죠.


유리는 그냥 구부리다가는 깨지니까요. 꼭 달구어서 구부려야 해요.      

이것이 ‘백조 목 플라스크’에요.      



미생물이 플라스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동시에 ‘끓이지 않은’ 공기가 들어갈 수 있게 새로운 것을 만든 거랍니다. 즉, 백조 목 모양이라서 플라스크 안에서는 오랫동안 세균이 없는 상태로 영양액을 보관할 수 있었던 거예요.    

 

삐삐! 상상해 보세요. 백조의 목처럼 구부러진 플라스크를요.  

   


드디어, 도전 과제가 해결되었어요. 과학아카데미에 보낸 실험 결과인데요...


플라스크의 입으로는 공기가 흘러가게 하고, 끓여서 안의 미생물을 없애요. 새로운 먼지와 미생물이 들어가더라도 S자 모양의 구부러진 부분에 걸려서 플라스크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러므로 플라스크 안에서는 미생물이 자라지 않는다. 이렇게요.      


 ‘미생물은 자연적으로 생기지 않는다’

어때요, 삐삐.  


이만하면, 린드그랜 작가가 당부했던 무거운 교훈은 아니겠지요?    




잠깐만요. 삐삐, 아니카, 토미!

구부러진 목 부분을 깨뜨리면 먼지와 미생물은 어떻게 될까요?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답을 듣고 싶어지네요.     



                                           - 루이 파스퇴르로부터 -


과학은 호두망치다

호두나무의 열매에는 사람의 뇌를 닮은 씨앗이 들어 있다. 열매가 성숙되면 씨앗은 단단해진다. 우리가 호두 망치를 이용하면 껍질이 쉽게 깨지듯, 호두와 닮은 뇌 속 '인식의 틀'을 깨는 데에는 과학이 필요하다. 경험은 과학이 되고, 과학은 사고를 깨는 도구가 된다. 


사진: Microsoft Bing Image Creator




[빛작 연재]

화 5:00a.m. [청춘의 썬셋, 중년의 썬라이즈]   

수 5:00a.m. [새벽독서로 마음 챙기기]  

토 5:00a.m. [청춘의 썬셋, 중년의 썬라이즈]   

일 5:00a.m. [과학은 호두망치다]



#프랑스과학자 #인식 #백조 #둥근 바닥플라스 #백조목 #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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