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길은 누구나 낯이 섭니다.
새로운 시작은 망설여집니다.
선뜻 제 꿈을 덥석 무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심의 껍질을 먼저 벗겨본 자는 압니다.
고심 끝에 한 입 베어 문 자는 한길 한 걸음에 열중합니다.
은근하게 단 맛을 보게 된 것은 뜻밖의 시도 덕분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낯선 길은 북적이는 시가지가 됩니다.
밟았던 자리, 스쳤던 곳은 흑갈색 길이 됩니다.
이젠 누구도 관심두지 않습니다만, 투박한 길을 걸어본 자는 압니다.
드나들던 길 가운데 서서, 갈피를 못 잡던 이는 요령을 터득합니다.
그러니 이미 단맛을 본 자는 웃습니다.
그 길 미끄러지지 않고 무사히 지나는 법을 압니다.
씁쓸했던 시작은 문제도 아니라며
익숙한 맛을 느낄 줄 압니다.
달아서가 아니라, 안일해서가 아니라
긴 시간 속에서 내가 걸어왔던 길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낯선 길은 두렵습니다.
누구나 설익은 바나나를 손에 쥐기까지 머뭇거립니다.
뜻밖의 도전이 시간의 한편에서 숙성될 무렵...
꿈의 의지는 분지러지지 않습니다.
시간의 얼룩은 16 브릭스! 단 맛이 납니다.
나, 나는 껍질을 훌훌 털고 일어납니다.
나는 꿈을 찾아갑니다.
(2021.3. 빛작, 오늘도 꿈 찾는 바나나)
'브런치'는 저의 '뜻밖의 시도'였습니다. 우연히, '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결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요. 관찰을 해보겠다면서, 바나나를 뚫어져라 보고 말입니다. 그때 망설이고 생각에만 머물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작가가 되어, 글을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요즘처럼, 브런치가 '북적이는 시가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니, 글과는 거리가 멀었던 제가 갈피를 못 잡았던 때, 포기하지 않길 잘한 것이지요. 혼자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깨져보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독서는 제게 '날 것의 길'이었습니다. 처음 맛보는 시간이었지만, 한 입 베어물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길, 한 걸음에 집중할수 있고, 마음을 챙길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나가면, 낯선 길이지만 뒤돌아 서면 걸어왔던 길이 보입니다. 푸릇한 바나나를 잡으면 언제 그 단맛을 느끼게 될지 기다려지고 설렙니다.
관찰에 빠져있던 그때는 꿈을 찾고 있었지만, 이제는 꿈을 찾았습니다.
꿈은 '지금'의 제가 반드시 숙성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16 브릭스의 나, 가까운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를 믿습니다.
브릭스는 당도의 측정 단위. 브릭스가 높다고 당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당도를 포함한 맛을 가늠하는 척도인 것.
* 제목그림 출처: 피카소 '꿈'
#꿈 #피카소 #바나나 #찾기
[빛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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