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행복 기록 그림 .zip
따뜻하고 짭짤한 옥수수수프 같은 그리움 그리고 살뜰한 하루 I 항상 그리운 기억의 조각들은 질리지 않고 맛있는 따뜻하고, 짭짤한 옥수수 수프 맛이 난다. 또한 이유 없이 긴장과 초조로 죄어든 나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고 느직하게 만들어 준다.
이제는 환갑이 넘으신 엄마도 그 시절 이야기에는 눈과 입에 인자한 주름이 넉넉해 보이는 따끈한 미소를 짓는다. 어린 시절에는 추석과 설날이면 늦게 올라오는 바쁜 아빠를 대신에 엄마와 나, 동생은 먼저 시외버스를 타고 시골로 향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린 뒤 마을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시간을 보내던 돌멩이 계곡, 쿰쿰했던 시골 할머니 집냄새, 오면 먹으라고 준비해 주시던 콩비지 반찬과 썩뚝 썩뚝 돼지고기 가득한 김치찌개, 잔뜩 쌓아놓은 땔감 성벽,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땅속에 묻어 놓은 할아버지의 쪼그라든 알밤 간식, 뒹굴뒹굴하며 마루에 앉아 바라보던 시골 풍경, 뜨뜻한 아랫목에서 자라고 준비한 땔감이 활활 타오르던 아궁이 불 냄새, 아랫목에 불타버린 할아버지의 비상금, 불 냄새 베인 머리를 불평하던 나, 수세식 화장실이 싫어 변비에 걸린 나, 심심해서 계속 괴롭힌 동생의 비명, 누워서 보던 쏟아질 것 같던 은하수 밤하늘, 어두 캄캄한 밖에서 나는 스산한 바람 소리, 유일하게 즐거웠던 토요 명화 시리즈, 엄마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쉬지 않던 할머니의 이야기, 없는 듯 있는 듯한 할아버지의 존재감, 일찍 일어나면 보이는 창호지 너머의 아스라이 비치던 새벽 분위기, 이슬 맞은 촉촉한 흙과 풀냄새, 새벽이 더 분주한 달그락달그락 할머니 할아버지의 외출 소리, 내 키보다 더 큰 코스모스 가득했던 논길, 쪼그리고 앉아 괴롭히던 검은 염소 가족
그 시절 기억은 마음이 온전히 그때 머물러 있다. 느리게 만지고, 바라보고, 느껴졌던 생생하고 행복했던 감각과 기억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그대로 살아있다. 어쩌면 요즈음 스치는 시골의 풍경이 까닭 없이 더 정겹고 사랑스러워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을 이렇게 살아간다면, 빠르게 왔다 지가나 버리는 하루를 되짚어야 겨우 기억하는 지금 같은 불상사는 없을 것 같다. 그때를 옥수수수프의 맛과 같이 기억하는 것처럼 지금의 시간을 새기자.
단어의 의미를 기억하며, 한 글자씩 꾹꾹 눌러 글씨를 쓰는 것처럼, 사유하고 음미하는 느린 하루를 보내자.
좋은 기억의 조각들을 바구니에 하나씩 살뜰히 담아, 다음에도 꺼내보는 지극한 하루를 보내자.
모두의 여름이 평온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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