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계현 Oct 22. 2021

'변화'라는 파도가 일렁일 때는
'그저' 바라봐야 한다

[심리상담 안내서] 멈추고 바라보기

바다에 가보았다면 누구나 파도를 보았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부러 파도를 보러 가진 않습니다. '우리 파도 보러 가지 않을래?' 뭔가 이상하잖아요. 파도를 타는 서퍼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바다를 보러 가자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파도는 늘 존재하지요. 파도가 있기에 바다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만약 바다에 어떤 움직임이 없다면, 우리는 그런 바다에 가고 싶어 질까요?



바다가 우리 ‘일상’이고, 파도가 ‘변화’라고 생각해볼게요.  파도가 일렁이면 바다가 요동치듯이, 어떤 변화가 생기면 우리 마음은 동요하기 마련입니다. 그건 좋은 변화일 수도, 안 좋은 변화일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생활 리듬이 깨어지는 순간, 그게 변화니까요. 청약에 당첨되어 새 집으로 이사하는 것, 좋아 보이지만 내 주거지가 180도 변하는 큰 변화입니다. 간절히 바라던 임신을 했지만 입덧 때문에 제대로 못 먹고 피곤한 생활이 지속되는 것, 행복하지만 힘들고 고달픈 일이지요.


변화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사람이 들어가서 물장구치는 파도도 있지만, 바람의 흐름 때문에 일렁이는 파도도 있습니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지 않아도 외부 요인에 의해 변화는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고통의 강도는 달라지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특히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변화라면.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짜증 나고 우울해진다면요? 어떤 이는 무조건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달라질 게 없다면 빨리 수긍하고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변화라면 수긍하는 게 어떻게 쉽겠어요. 바라고 바라던 구직에서 실패했다거나 수년간 노력했던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졌다면? 불타게 사랑했던 연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았거나 가족 중 누군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걸, 우린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도를 받아들이는 가장 빠른 길은 내 주변에서 일어난 변화를, 내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파도를 일단 '바라보는' 겁니다. 얼핏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저 바라본다는 건, 이런저런 판단을 멈추는 것을 말합니다. 마음이 불편할 때 우리는 그 이유를 찾고 싶어 지는데, 그러면서 제멋대로 판단해버리거든요. ‘또 불합격, 난 왜 이 모양이냐’, ‘내가 잘못해서야. 내가 부족하니까 날 버렸어’, ‘남들은 쉽게 하는데 왜 나만 안 될까’,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이런 판단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판기처럼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하죠. 섣불리 변화에 적응하려다 보면, 벌어진 상황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니까요. 왜인지 이유를 알아야 납득을 할 테니까요. 그래서 내가 원치 않는 변화에 적응하는 첫 번째는, 일단 멈추는 겁니다. 그냥 일어난 변화를 바라보는 것.


파도가 어디서 온 건지 왜 이런 파도가 왔는지, 어차피 우린 모릅니다. 

일단 파도를, 일렁이는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세요. 

벌어진 상황과 내 마음의 변화를 어떤 판단 없이, 우선 바라봐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