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노애락 05화

일노애락/ 디테일의 가치

by 차이

작은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것까지 내가 해야 해?" 싶은 일들을 직접 하게 된다. 예산이 부족해 아웃소싱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그간의 업무를 정리하면서 혹시 이 경험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글로 풀어내려 하니 고민이 많았다. 그중 하나는 '일의 크기'였다. 나는 그럴듯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회사에 다닌 것도 아니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자신감이 사라졌다.


물론 지금은 내가 해왔던 '작은 일'들이 결코 쓸데없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일을 위임하거나 아웃소싱 하기 전에 직접 디테일을 경험해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알고 시키는 거랑 모르고 시키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처음으로 외부에 업체 평가를 나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큰 예산의 프로젝트를 맡겨본 경험이 없어 잔뜩 긴장했지만, 오히려 업체가 해야 하는 일들을 내가 이미 하나하나 직접 해봤기 때문에 그들이 전문가인지 아닌지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또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아웃소싱했을 때도, 내가 경험했던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업체와 협업할 때 더 체계적으로 체크할 수 있었고, 무작정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와도 대안을 제시하거나 직접 백업을 해주며 서로 윈윈 할 수 있었다.


일의 위임도 다르지 않았다. 실무를 두루 경험한 덕분에 업무 규모를 빠르게 파악하고 팀원에게 명확하게 지시할 수 있었다. 팀원이 어느 부분에서 힘들어할지 공감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업무를 시스템화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었다.


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점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쓸데없는 일이란 없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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