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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감사의 달

이제야 5월이 시작되나 싶다

by 나나스크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그리고 오늘 스승의 날까지. 특히 이번 5월은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이 한 날에 오는 바람에 화요일, 대체공휴일까지 해서 어마어마한 연휴였다. 누군가에게는 긴 휴식과 느긋한 여유의 시간이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삼시세끼 돌밥과 지긋지긋한 연휴였을 수도 있겠다.


어린이날이면 아이들에게 사주는 선물부터 어디론가의 나들이가 의무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 날이 날이니만큼 동네에서 벗어나 큰맘 먹고 어디를 간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뭔가 특별하고 콧바람 쐬기 좋으면서 한적한 곳을 찾기란 점점 쉽지가 않은 세상이다. 나 같은 기혼은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평소에는 잘 가지 않는 근사한 곳에서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 찜해 두었던 장소들은 이미 예약이 꽉 차버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오늘 스승의 날을 마지막으로 5월 감사의 달이 마무리되었다. 준비하는 동안 조금 힘들었어도, 부푼 마음을 가지고 방문한 장소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실망을 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가족들이 있고 감사를 전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집중하기로 해본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와 방문한 교보문고에서 1권부터 모아 온 "Dog man"을 사고, 아이가 먹고 싶다는 이국적인 음식으로 멕시칸 "Taco"를 먹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책의 신간을 보고 부리나케 읽는 아이를 보며 새삼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 느낀다. 신이 난 아이는 첫 권부터 다시 읽어야 한다며 나와 함께 읽기를 권한다. 원래 같았으면 모른 체 했을 테지만 어린이날이기도 하고, 나도 좋아하는 만화라서 함께 읽어 내려간다. 얼마나 여러 번을 읽은 건지 꽤 두꺼운 책표지인데도 모서리가 너덜너덜하다. 첫 권을 읽을 때 너는 파닉스를 모르는 아이여서 몇 번을 읽어주고 또 읽어줬는데 이제는 혼자서 술술 읽는 나이가 되었다니. 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다. 큰 일 없이 잘 커준 너에게.


어버이날이 되기 전 주말에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다. 시킨 음식들이 모두 맛이 있었다. 각자 시킨 메뉴를 서로에게 조금씩 덜어주며 맛을 권하는 재미도 있었다. 마침 날씨도 좋고 방문한 장소에서 연달아 들리는 아이들의 신나는 웃음소리 덕분에 기분이 한층 더 좋았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사는 나와 시부모님, 그리고 손윗 동서네까지. 어떻게 보면 시댁식구들과 같은 동네에서 복작복작 사는 것 같아 어떤 이는 내가 무슨 불만을 표현한 것도 아닌데 먼저 질색을 하기도 한다. 그런 우려와는 달리 가까운 곳에 시부모님이 계시니 급한 때에 아이를 맡기기에 좋기도 내게 먼저 전화를 거신다던지 우리 집에 찾아오신다던지 하는 일은 일절 없었다. 궁금하시기도 할 테고 전화 걸어보고 싶으실 만도 한데 정말 관심이 없으신 건지 아니면 잘 참아내시는 건지. 그 속을 알 수는 없지만 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다.


오늘은 스승의 날. 마침 일을 하고 있는데 카톡! 메시지가 들어온다. 누구지? 예전에 다니다가 이사를 가야 해서 그만둔 00이다.

"항상 감사합니다. 즐거운 스승의 날 되세요!"


짧고 간결한 두줄에 마음이 따듯해진다. 일하다 보면 종종 느끼는 회의감이나 허탈감들이 이런 작은 메시지로 위로받고 앞으로 할 수 있는 동안은 이 일을 조금 더 해야지 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학원 선생님.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선생님. 내가 지금껏 만난 모든 선생님들을 다 존경하고 사랑할 수 없었던 것처럼 나 역시 모든 아이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순 없다. 어쨌든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데 이런 감사의 문자 메시지도 나를 춤추게 한다.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아이들의 질문에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답해 주려 노력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감사를 전할 선생님이 있다. 벌써 2년 넘게 하고 있는 운동 선생님이다. 새롭고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해 방황하고 한창 우울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뭐라도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줌바였다. 오전 10시. 30명의 여성들이 한 공간에 모여 뛰고 움직이고 소리치고 나면 몸이 아니라 마음이 가뿐해지는 기분이었다. 선생님 뒤에 서서 춤추는 50분 동안은 마치 선생님 몸짓이 내 몸짓이라도 되는 양 신이 나고 재미가 있었다. 운동을 시작하니 가라앉았던 기분이 올라오고, 한창 시험공부로 바쁜 와중에는 제일 기대되고 신나는 시간이 줌바시간이었다. 항상 밝은 에너지로 오전 시간을 책임져 주시는 선생님께 기쁜 마음을 담아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케이크 집에서 카네이션 케이크를 사드렸다. 아까워서 못 먹겠다는 선생님의 카톡에 또 마음이 따듯해진다.


5월 보름동안 받는 기쁨은 물론 주는 기쁨을 흠뻑 느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기엔 한참 모자라지만 나무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내 아이,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께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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