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ên đạn sinh ra nghề thêu_총알은 자수를 낳고
스무살의 귀여운 여직원이 쭈뼜쭈뼜 다가왔다.
"사장님, 한달만 휴가를 주세요"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길게 쉬어야 해?
"군대에 다녀와야 해요"
"네가 군대를 간다고? 여군이 꿈이야?"
"아니요, 베트남에선 여자들도 다 군대를 다녀와야해요"
"아...그래? 여자도 다 가야해?"
옆에 있던 매니저가
"우리 때는 세 달씩 다녀와야 했는데 요즘은 많이 줄은거에요" 라고 부러운 듯 말한다.
여자들도 모두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니...
아들 셋을 모두 군대에 보내야 하는 속쓰린 한국 엄마지만 나도 군대에 가야했고 딸이 있었어도 군대에 가야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해보니 한 켠으론 한국인임이 감사해졌고 그런 탓에 베트남 여자들이 더 안쓰러워졌다.
천 년의 중국 지배와 백 년의 프랑스 지배를 받고도 항미전쟁까지 치루어야 했던 베트남.
역사 속에 늘 전쟁이 있었고, 이제는 사회주의 공화국을 지켜야 할 의무로 남녀 모두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베트남 고사성어에 (‘적이 오면 여성도 나가 싸운다 ‘Giặc đến nhà đàn bà cũng đánh’ )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여성을 강하게 만드는 베트남에서 강해진 여성들이다.
그러면서도 베트남은 여성을 귀하게 여기고 인정해주는 것을 잊지 않는 나라이기도 하다. 일년에 두 번이나 여성의 날을 극진히 챙기는데 국제 여성의 날(3/8)과 베트남 여성의 날(10/20)이 있다. 일 년에 이 두 날 만큼은 모든 여성을 공주님으로 모신다. 우리 카페를 비롯해서 모든 상점들은 이 날 어떤 이벤트를 할까 매년 고민한다. 경비아저씨도 나에게 내 생일보다 여성의 날에 더 큰 축하를 해주신다. 오직 여성만을위한 축제가 존재한다니 그것도 일년에 두번이나 성대하게...놀랍다. 한국에서 살 땐 그런날이 있는 줄 조차 몰랐는데 베트남에 오니 이런 진풍경을 일년에 두 번이나 보고 산다.
베트남에는 특이하게도 '여성 박물관'이 있다.
아내로서의 여자, 엄마로서의 여자, 노동을 하는 여자 그리고 전쟁터에 나가는 여자의 테마별로 1층부터 4층까지 각 여성상을 전시하고 있다. 여성의 위상을 높이고 존중하는 나라의 진심이 담겨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아린 층은 전쟁터에 나간 여인들에 대한 전시실이다.
한손에는 총, 다른 한 손에는 낫을 들고 눈 밑에 눈물이 고인
그러나 용감히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눈빛을 가진
베트남 여성의 포스터를 마주하게된다.
그녀의 눈물 방울이 돌멩이가 되어 가슴 속에 툭 떨어져 박힌다.
베트남 여인들의 통환과 슬픔,
용기와 사랑의 흔적으로 물든 여성 박물관을 돌아보다 보면
그들의 애통함을 아로 새긴 흰 앞치마 앞에서 말없이...한동안...멈춰 서게 된다.
그들은 투쟁했고 기다렸고 이겨냈다.
전쟁 속 용감했던 엄마, 딸, 아내 그리고 연인
그녀들의 대단한 용기가
역사 속에 그렇게 흐르고 흘러
베트남의 여성들은 지금도 강인하다.
가장 나이가 많고 존경받는 여성을 부족의 대표로 선출하던 소수부족의 모계사회때로부터
베트남 여성들은 이미 강한 리더의 피가 흘러 내렸는지도 모른다.
박물관 한 바퀴를 돌다보면 가슴이 먹먹해 지는 손수건 한 장이 전시되어 있다.
전쟁터로 보내는 남편과 연인, 아들과 딸들에게 기다림의 인내를 담아 슬픔을 담아 사랑과 기도를 담아
한 땀 한 땀 수놓은 손수건을 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었다. 신혼부부의 이름을 새겨 넣기도 하고
기억을 위해 위로를 위해 그녀들의 온 마음을 수놓았다.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이런 손수건이 전장에서 가족대신 홀로 남겨져 발견된다면
그 아픔을 무엇으로 어루만질까.
하지만 전쟁터에서 외로이 홀로 남겨진 이 손수건은
총포 끝에 피어오르던 화약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전쟁이 끝났지만 베트남 여성들은 손수건에 수 놓기를 멈추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내었던 것일까.
그 애잔함은 그녀들의 끈기와 인내를 더해 세대를 물린 자수 기술로 녹아 내렸다.
이들의 손 끝에 타고난 섬세함과 소박함과 진심을 담은 자수 예술이 현대까지 이어지게 하여 세계에서 인정받는 자수 강국이 되게 하였다. 오랜 전쟁 끝에 피어난 베트남의 자수문화는 마치 오랜 수행을 한 스님의몸에서 나온 사리같기도 하다.
호안끼엠 호숫가 근처에는 실크 거리라 불리는 항가이 (Hàng Gai) 거리가 있다.
아오자이, 실크 스카프, 실크 의상과 소품들을 가득 만나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4대를 물려오며 자수의 역사를 쓰고 있는 Tanmy Design이라는 가게가 있는데 단아하게 자수가 놓여진 린넨 이불과 식탁보들은 너무 고급스러워서 소장하고 싶은 제품이 한 두개가 아니다. 연꽃부터 알파벳 보드까지 정말 다양한 테마로 수 놓여진 생활용품을 만나게 된다. 전쟁터에 나가는 연인에게 쥐어 주던 그 손수건으로부터 자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냥 허투루 돌아보게 되지 않는 거리이다.
떄로는 너무 억쎈 갈대같기도 하고 때로는 한 없이 여린 들꽃 같기도 한 베트남 여성들.
옷의 반은 장군 옷, 반은 공주 옷을 입고 오른 쪽 왼쪽을 번갈아 돌려가며 나를 헷갈리게 하는 사람들 같다.
하지만 분명히
누구보다 강했고
누구보다 따듯했다.
그 애통함을 자수에까지 녹여내어 그 정신을 이어오고 있는 베트남 여인들의 굳건함에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