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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Oct 20. 2023

죽은 자와 산자를 연결하는 연기

" HƯƠNG 향_의 빌리지

베트남 때문에 애꿎은 지구는 억울하다

안 그래도 오토바이 물결이 내뿜는 매연덕에 대기가 정신을 차릴 새가 없는데 뽀얀 향 연기가 그 남은 틈을 비집고 매일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 음력 보름이면 온 나라가 모두 향을 피우느라 안개가 낀 듯 희뿌옇다.


저 옛날 한국의 뒷마당 장독대 옆에는 개다리소반이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그 위에 놓인 하얀 물 사발에는 달 빛과 여인들의 얼굴이 어른거리며 반사되었다. 두 손을 정성스레 비비며 빌고 또 빌던 한국의 여인들이 있었다. 마(귀신)를 무서워하는 아시아 민족들은 후손들의 보호와 가족의 안위를 위해 조상들에게 그리고 천지 신령에게 그렇게 빌고 또 빌어왔다.


피어오르는 향의 연기가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해 준다고 믿는
베트남인들은 향을 피우는 일에 진심이다.

각자의 집마다 정성스레 마련한 제단에서 매일같이 향 연기를 하늘로 올린다. 향만 태우는 것이 아니다. 가짜돈을 태우고 형형색색 빨갛고 노란 부적과 같은 종이들을 태우며 두 손 모아 조상들에게 정성을 다한다.

제단에서 향을 태우며 조상에게 비는 베트남 여성 ⓒ vinperal


베트남 부자 친구들의 집에 가보면 인테리어에 가장 공을 들인 곳이 제단이다. 제단 디자인마저 모던하고 럭셔리하게 발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온갖 화려한 장식들이 있고 몇 대에 걸친 조상들의 사진을 진열해 놓는다. 본인들이 그 제단에 쏟는 정성만큼 성공을 얻는다고 믿는다. 아파트 단지에도 각 동마다 마치 모퉁이 돌처럼 세워진 공동 제단이 있고 골목골목에 있는 옷상점, 슈퍼마켓, 식당 할 것 없이 현관문 옆에는 예외 없이 그 집만의 제단이 있다. 그날의 가장 신선한 과일이 올려지고 초코파이 커스타드 등 달달한 과자박스들마저 정성스레 놓여 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코를 찌르는 향내에 옷 구경을 하기 힘들기가 일쑤이다. 급하게 아이쇼핑을 하고 나와도 내 옷과 머리에는 향내가 진하게 배어버린다. 막 감고 나온 내 머리의 샴푸향을 억울하게 하는 베트남의 가게들이다. 안 갈 수도 없고...


꽝푸꺼우 (Quảng Phú Cầu) 빌리지 (출처 @ Google)


하노이 외곽에 향의 마을 꽝푸꺼우(Quảng Phú Cầu) 빌리지가 있다.

마치 꽃밭 축제에 온 듯 '향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예술적 장관을 선물하는 곳이다.

향의 연기와 함께 이들의 예술성도 매일매일 연기가 되어 하늘로 승화하는 것만 같다.


자국민에게만도 꾸준한 소비가 있으니 한 달에 50톤 이상의 향을 생산해 내는 바쁜 마을이다.

베트남 농가 중에서도 가장 수입이 안정된 마을이라서

너도 나도 벼를 말리는 일보다 향을 말리는 일을 더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베트남에는 꽝푸꺼우 마을처럼

도자기마을 대나무공예마을 등등

예술 분야별로 구분되는 마을이

약 30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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