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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독백 Aug 09. 2024

코끼리 없는 동물원 l 김정호

어릴 적 동물원에 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TV에서만 보던 생물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감격을 아직도 못 잊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에게도 동물원을 통해 책 속에 있던 사자, 얼룩말, 기린 등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마 원숭이가 아기 원숭이를 안고 있었는데, 아기 원숭이가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며 조금씩 다가왔습니다. 모든 눈들이 아기 원숭이에게로 모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엄마 원숭이의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불안해하는 듯한, 내 새끼 건드리기만 해 봐 하는 듯한 표정을요. 제가 원숭이 표정을 읽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곧 아기 원숭이를 안고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자연 속 더 넓은 공간 안에서 살아야 하는 그들을 잡아다 사람의 눈요기를 위해 가두어두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면서요. 이후 동물원에 가는 것이 꺼려졌습니다. 동물체험을 하는 곳도요. 아이가 가고 싶다고 조를 땐 하는 수없이 짝꿍에게 아이를 맡겨 함께 보고 오도록 했습니다.

'동물을 건강히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시는 분'이라는 김정호 수의사님. 작가로서 동물들 이야기를 담담히 하십니다.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어 동물원에서 삶을 이어가는 그들에게 사랑과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동물원이 관람하기 편한 곳이 되기보다는 동물이 살아가기에 안락한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49쪽  동물원에서 태어난 하니처럼, 동물원에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이 대부분이다. 시간이 흘러 하니가 하늘에 있는 제니를 만나기 전까지는 향미, 동백이와 서로 의지하며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두려움 없이 살다 가기를 바랄 뿐이다.

102쪽  하지만 사랑새가 그저 좋아서 다가가는 것은 아니었다. 이 먹이 주기 체험은 배고픈 사랑새가 손바닥의 먹이를 먹기 위해 어쩔 수없이 내는 용기로 가능했다. 더욱이 사랑새가 빨리 다가오기를 바라는 아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사랑새들이 체험 전까지 굶어야 했다.

195쪽  최근 홍학을 포함한 새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물새장에 들어가서 가까이 볼 수 있도록 한 관람로를 없앴다. 대신 조금 떨어진 곳에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높은 전망대를 설치하였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경비행기를 탄 주인공들이 본 것처럼, 멀리 분홍색 홍학들이 보인다. 나는 아직 날고 있다.

197쪽  동물원의 기원은 제국주의 국가가 침략한 나라의 이국적인 동물들을 전리품으로 데려와 권력자들이 앞마당에서 구경하는 데서 시작했다...  ...1909년 일제가 을사조약으로 우울과 근심에 빠진 순종의 마음을 달랜다는 명분으로 창경궁을 격하시켜 동물원인 창경원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백 년이 넘도록 동물원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김정호 작가님은 말합니다. "가혹했던 동물원 역사의 끝은 여생을 편안하게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책을 선물해주신 엠아이디미디어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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