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몸도 마음도
겨울이라 날이 추워서 그런지 창문을 아예 닫고 사는 날이 좀 있다. 사실 겨울일수록 환기를 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추워서 깜빡하고 창문을 열지 않고 밖을 나섰다가 돌아와서
귀찮은 모양새로 침대에 눕자마자 두둥실 떠다니는 하얀 먼지들을 보면 아, 저녁은 더 추운데 이 날씨에 환기를 어떻게 시켜라며 이내 무시하고 곧바로 곤히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후회를 하기 일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먼지를 잔뜩 머금은 코와 목이 거센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
나는 곧바로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연다. 열자마자 극한의 한기가 방 안에 들이닥친다. 그래도 코가 뻥 뚫리는 상쾌함에 만족하며 밖에 나가서 벌벌 떨면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다시 들어와 화장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을 틀고 샤워를 시작한다.
샤워를 마치고 나면 진한 수증기가 화장실을 뒤덮는다.
이 수증기들을 날려 보내기 위해 곧바로 화장실 창문을 열어 버린다. 샤워를 바로 마치고 바깥바람을 맞으면 자연인이 된 기분이 든다.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물에 들어가 나름의 의식을 치르는 느낌. 사실 이 기분도 잠깐이다. 그냥 얼어 죽을 것 같다.
집이 좀 차가워진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나름의 한기 덕분에 집 공기가 상쾌하게 순환을 하는 듯하다.
목욕탕에 가서 냉탕, 온탕 왔다 갔다 하면서 리프레시를 하는 듯한 기분, 그리고 따뜻함에 대한 감사함을 여실히 느낀다.
다른 계절에 환기를 시킬 때는 그냥 그저 아무렇지 않은 자연스러운 행동과 마찬가지여서 별반 다른 생각조차 안 하고 사는데, 겨울 환기는 언제나 무서우면서 잠깐의 스펙터클함을 선사한다. 창문을 열기 전 추위를 직방으로 맞아낼 용기가 잠깐은 필요한 한겨울의 아침은
정신을 깨우기 충분하다.
겨울일수록 몸도 무겁고 정신도 무거워진다.
극한의 추위가 주는 중압감이라고 해야 하나.
따스함을 바라는 마음이 정신을 뒤덮어 찾아오는 외로움도 덤이다. 유독 겨울만 이런다. 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닌 듯하다.
계절마다 특성이 붙어 있지 않나. 봄은 꽃의 계절이면서 활기참을 상징하는 듯하고, 여름은 무지막지하게 덥지만 청량한 바다 앞에서 상쾌함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 계절,
가을은 회색빛의 도시를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의 잎들이 에워싼다. 그리고 이 칙칙한 풍경 속에서 빛을 발하는 짙은 색들의 아름다운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절정을 맞이했다가 이내 떨어지는 잎들을 바라보며 감성을 타는 그런 계절이 가을이다.
겨울은 자연이 쉬어 가는 계절이다. 그 어느 잎사귀조차 찾을 수 없는 텅 빈 나무들을 보면 열심히 일하다 잠시 휴가를 낸 듯 보인다. 다른 계절 내내 꽃을 피우고 여러 색의 잎사귀들을 한껏 뽐내다가 잠시 쉬어 가는 시간. 나무들도 쉬어 버리니 이 텅 빈 분위기가 주는 여러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버거울 때가 좀 있지만 자신을 그만큼 돌아보라는 자연의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나무들이 그립지만 나무들에게 일을 하라 하기도 애매하다. 다른 계절 동안 열심히 일한 모습을 나는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참 겨울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차가우면서 공허하면서도 그 속에서 몇몇의 따스함을 느끼게 만드는 아이러니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계절 같다. 이번에는 생각보다 눈이 많이 오지 않는다. 조금은 아쉽지만 오히려 눈이 없으니 이 겨울의 텅 빈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색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오히려 좋다. 요즘 글 쓰고 싶은 재미가 떨어졌었는데 다행이다.
오늘도 이 글을 쓰며 머릿속도 간만에 환기를 시켜 본다.
역시 겨울에는 환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