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의 추억을 새길 때쯤에 항상 비가 왔더라

빗속에서 추억을 새긴 순간들이 많았어

by 낭말로
전에 비가 오는 날 새벽에 갤럭시로 찍은 사진

우리의 추억을 새길 때쯤에 항상 비가 왔더라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났을 때도 비가 내렸어

두 번째로 만나 데이트를 했을 때도 비가 내렸지

항상 맑은 날에 맞춰 추억을 쌓으려 할 때쯤 비가 내렸더라고


당신과 내가 햇빛 속에서 추억을 새긴 순간들보다

빗속에서 추억을 새긴 순간들이 많았어

일기예보에서 비가 안 온다고 했어도

잠깐의 소나기는 내렸었지


그래도 행복했어 한쪽 어깨 젖으며

우산을 오로지 당신 쪽으로 씌워 줄 때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었지


비가 샐 수 없이 쏟아지던 그날이 기억나네

겨울에 내린 눈비였어

우리는 만나면서 몇 번의 이별을 했었지

눈비 내리던 그날은

우리가 첫 번째로 이별했던 날이었어


그때 패딩을 입고 당신 집 앞으로 갔었지

비를 쫄딱 맞으며 기다렸어

그 때문에 옷이 전부 다 젖어버렸지

당신은 집 밖을 나와서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손을 잡아 주었지


그때는 비가 오는 날들이 야속했어

그런데 지금은 가끔 비가 내리는 날을 기대하곤 해


맑은 날에는 생각이 안 났던

당신의 그리움이 생각나거든

당신은 나의 이런 모습을 보며 묻겠지

아직도 추억들이 빗물에 안 씻겨 갔냐고

나는 대답하겠지 당연하다고


비가 오는 날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지만 그 이상은 생각 안 하려고

그냥 단지 오늘 비와 같이 내리는

그리움을 받아들이려고 해

어차피 맑은 날이 지속되면

당신의 그리움도 사라지거든


비가 오는 날의 추억을 만들어 주어서 고마워

우산 잘 쓰고 다녀 그럼 이만

_

2025년 4월 22일 오후 5시 37분 비 오는 날

망원동 카페에서

이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