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이 멈췄다. 투병일기 세 번째.
주말 내내 혼자 2인실을 쓰다가 새로운 병실 룸메이트가 등장했다.
“어머, 인상이 너무 좋으시다! 병실이 아주 환하네! 호호홍”
“네? 감사합니다.”
칭찬에 부끄러워진 나는 급 겸손모드로 병실 침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는 몇이나 있어요?”
“네?????? 저 아직 미혼인데요…”
“어머머머머, 내가 미안해요. 아가씨네 아가씨! 호호호홍”
그랬다. 나름 동안이라고 자부하던 나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나 보다. 웨딩드레스 근처에도 못 가본 나에게, 결혼도 아닌 아이의 유무를 물어보다니. 이런 편견 가득한 대한민국 사회, 옳지 않다!
뼈 아픈 현실 자각과 함께 시작된 새로운 룸메이트와의 병실 동거. 그녀는 코로나 확진 후 완치했지만 후유증으로 입원하셨다고 했다. 오한과 땀이 그 증상이었는데 밤만 되면 더 악화됐다. 첫날은 새벽 1시에 남편께서 달려오시고, 간호사분들도 5분마다 병실을 다녀갔다. 분 단위로 끙끙대고 울먹이는 그녀를 보니 내가 더 아플 것만 같았다. 나는 결국 자리를 피해 새벽 3시까지 휴게실에서 대기하다가 병실로 돌아갔다.
낮이 되면 룸메이트의 컨디션이 조금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병실의 분위기도 차분해졌다. 하지만 이내 그 적막은 그녀의 한숨으로 가득 채워지곤 했다. 처음 겪는 고통과 증상에 그녀는 하루에 수십 번 한숨을 내쉬었다.
“아휴”
“어떡해.. 왜 이렇게 아프지..”
“정말 속상하네.. 쯧.”
병실에 온갖 부정적인 단어들이 난무하게 되자 내게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 때문에 불편하겠다며 사과를 건네셨지만
그녀의 한숨 때문에 내가 더 아플 것만 같았다.
결국 병실을 옮기기로 했다. 밤에 잠을 푹 자야 내 방광도 얼른 치유가 될 것 같다고, 그분에게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고 헤어졌다. 병실 앞까지 배웅을 나와주신 룸메이트, 그녀의 쾌유를 빈다.
추신 : 그런데 나는 언제쯤 소변줄을 빼게 될까? 문득 퇴원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