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퇴원일기!
내 담당 주치의는 신장내과 전문의 친구 남편분이었지만 비뇨기과 전문의의 외래진료가 필요했다. 병원에서 두번 째 주말을 보내기 전, 긴장되는 마음으로 비뇨기과를 찾았다. 의사는 10일 정도 방광이 휴식기를 가졌으니 일단 소변줄을 빼고, 소변이 정상적으로 배출되는지 검사를 하자고 했다.
진료실 바로 옆 처치실로 자리를 옮겼는데 나는 또다시 산부인과 굴욕 의자(?)에 앉아야 했다.
“간호사님, 소변줄 빼는 게 많이 아플까요?”
“그냥 참을만해요. 근데 제가 빼는 게 아니고 의사선생님이 직접 오셔서 빼주실 거에요^^”
“네? 의사선생님이 직접이요?”
그랬다. 처음 소변줄을 끼워준 건 여자 간호사였지만 소변줄을 빼는 건 의사의 집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당황했지만 의사선생님과 나 사이에는 다행히 커튼이 존재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무엇이 창피하고, 중요하겠냐 만은 그날만큼은 조금 망설여졌다.
그렇게 굴욕의자에 앉아 3분쯤 기다렸을까…
처치실 문이 열리고, 기계적이지만 차분한 어조로 “소변줄 뺄게요”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소변줄 제거.
의사의 집도는 생각보다 금방 끝이 났다.
잔뇨도 거의 없고, 요뇨 속도도 좋다고 했다. 나는 다시 가벼워졌다. 이제 주말만 보내면 퇴원이 보였다.
병원 생활은 매우 단조로웠지만 생각만큼 지루하지는 않았다. 마음 같아선 평소 배우고 싶었던 편집 프로그램도 익혀보고, 책도 실컷 읽고 싶었지만 병실에서 대부분은 먹고 자는 시간이었다.
아침이든, 낮이든, 저녁이든 병실침대에 누워 책만 읽으면 30페이지를 못 넘기고 항상 잠이 들었다. 기이한 현상이었다. 그렇지만 더 이상 내 자신을 탓하지 않기로 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래도 괜찮다. 정말 괜찮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계속 중얼거렸다.
입원 마지막쯤에는 마치 군대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처럼 최대한 느슨하게(?) 병원의 일상을 보냈다.
* 병원밥 나는 너무 맛있었음!
(병원밥 사진 첨부)
소변줄을 빼고 본격적인 방광 재활에 들어갔다.
병원 자판기에서 구매한 소변통(남자용)과
변기 모양의 소변통(여자용)을 이용해야만 했다.
소변을 볼 때마다 A4용지에 소변량과 시간을 필기,
주말 내내 열심히 기록했다. 이제는 다 추억이다.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다는 소식에 전국이 떠들썩하던 월요일, 퇴원을 했다. 다음날 새벽이 본격적인 태풍의 영향권이었지만, 비가 오는 게 싫어 서둘러 퇴원을 했다. 다행히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택시도 쉽게 잡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장면과 탕수육을 시켰다. 비 오는 날, 영화를 보며 중국음식을 먹는 기분이란. 껄껄. 이렇게 사람이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음에 조금은 처연하면서도 즐거운 이상한 오후였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내 방광아. 앞으로는 언니가 더 소중히 다뤄줄게!
드디어 병상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