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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r 30. 2020

미 상원 위원장은 어떻게 추락했는가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게 보내기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이 말은 참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우리는 무언가를 정의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그렇기에 인간을 정의하는 용어는 참으로 다양하다. 누군가는 인간을 경제적 동물이라고 하고 또 어느 누구는 정치적 동물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아마도 ‘사회적 동물’ 일 것이다.

      

정의는 필요에 의해,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그 용어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 흔하디 흔한 명제인 사회적 동물을 『소셜 애니멀』이라는 지식 소설로 무장을 하고  데이비드 브룩스는 다가왔다. 관계 맺기에 서툴러 늘 어쩡정한 거리에 있는 내게 그것도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말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트 브룩스는 기자출신답게 사회문화 현상에 대해 특유의 섬세한 분석을 한다. 그의 정교한 분석은 깊이 있는 통찰로 이어져 이미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터였다. 사실 데이비드 브룩스는 『보보스』와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서 산다』, 『인간의 품격』 등으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소셜 애니멀』에서 ‘사회적’이라는 의미에 방점을 두고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그가 전개하는 방식은

' 인간은 절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야, 그래서 사회 속에서 살아야 돼!' 이런 류의  식상한 접근 방법이 아니다. 만남을 통한 관계, 이 관계 맺기를 통해서 인간은 성장하고 또 그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임을 다양한 사례와 이론으로 촘촘하게 설명하고 있다.      


『행복의 기원』의 서인국 교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관계 속에 연결되어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서인국 교수는 스탠퍼드대학에서의 특강을 성공리에 마치고, 교과서에서 이름으로만 봤던 심리학자들한테 잊을 수 없는 덕담까지 듣는다. 가슴 벅찬 경험을 했지만 그 기쁨을 함께 누릴 사람이 없어 외로웠다고 토로한다.      




“기쁨을 당장 나의 사람들과 떠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먼 이국땅의 텅 빈 공항에서 나는 혼자라는 생각에 압도됐다. 책상 위 화분과 승진 파티를 하는 느낌이었다”  

   - 『행복의 기원』중 94쪽       


이 사례만 봐도 사람은 관계 속에서 있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무의식이 결정한다     


“관계와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부제답게 저자는 관계와 만남을 지속하게 하는 요인이 무의식에서 비롯됨을 설파한다. 그의 주장을 따라가 보자. 

수많은 전문 영역의 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인류가 지금처럼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무의식적 사고 과정의 결과물로 인한 것이란다. 우리가 생각하듯이 의식적인 사고 과정의 결과물이 아니라 한 차원 아래에 있는 무의식이 지대한 역할을 했단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현재 의식의 영역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무의식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숨은 유혹자이기도 하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손해 날 것이 뻔하다 못해 분명한 결정에 대해서도 때로는 무책임한듯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 게 인간이란다. 이를테면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의식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며 사는 존재가 아니라고 해석한다.      


주인공 에리카는 여러 해 동안 기업계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한 성공한 기업인 ‘미스터 환상’과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그 이유가 참 딱하다. 그가 잡아 준 스위트 룸에서, 그가 소유한 항공사의 기업 이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곧바로 침대로 직행을 한다. 에리카가 그런 선택을 한 건 해럴드와의 결혼생활이 권태로워서도 아니었다. 단지 <포브스> 표지에 얼굴이 실리는 남자와 섹스를 한 번 해본다는 것과 평생 기억하게 될 경험을 한다는 기대감과 흥분 때문이었다.      


에리카는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한 후 한동안 도덕적 가책에 시달려야 했다. 똑 부러지고 자기 관리에 능한 에리카의 평소 성격대로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행동을 한 것이다. 사실 에리카의 이런 선택을 보며 무모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에리카가 현재의 위치에 올라서기까지 훈련하고 절제하며 살아왔던 인고의 시간을 어떻게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지?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터무니없는 결정을 한 에리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소셜 애니멀』에는 우리가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할 때 의식하지 못하는 그 무엇에 의해 결정함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고정관념이나 문화, 신경망 등의 의식적이지 못한 것에, 이름하여 ‘무의식’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남편 해럴드도 에리카와 마찬가지로 성공을 한다. 정책을 주무르 곳에 입성을 한다. 해럴드의 사무실과 바로 붙어 있는 사무실에는 정치가로서의 경력을 중도에 포기한 사람이 있다. 지위와 인맥의 부조화로 인한 것인데 이 남자의 추락이 드라마틱하다. 그는 인생 전반부 동안은 자신의 지위를 향상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성공을 위해 달려가던 이런 남자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 치리라곤 아무도 예상을 못했다. 누구보다도 극적인 삶을 살아낸 이 남성을 표현하는 데이비드 브룩스의 표현이 절묘하다

 


“그는 기름을 바른 것처럼 미끄러운 기둥을 올라가는 데 유용한 사회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는 친하게 느끼지도 않으면서 친한 척할 수 있는 마음가짐,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능력, 자기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복종하는 섬세한 요령 등이 바로 그런 기술이었다.”     

 -『소셜 애니멀』 중 471쪽

  

   

이러한 능력을 갖춘 사람답게 상원의원으로 선출되었고,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이 되었고 급기야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듣게 됐다. 그러던 그에게 브레이크가 걸렸다. 대단한 지위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바로 중년의 고독이 찾아온 것이다. 외톨이가 됐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동료들과 뒤늦게 우정을 쌓아보려 하지만 그 기술은 겨우 여섯 살짜리 아이 수준에 불과했다. 중년에 접어든 그는 자기에게도 내적인 영혼이 있음을 깨닫고는 그간의 인생을 보상받고 싶어 했다.      


왜곡된 보상체계는 급기야 기사나 신문 만평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게 했다. 매춘부들의 민망한 폭로가 이어져 결국 사퇴서를 제출하게 됐고 현재는 한가한 정부기관에서 해럴드와 오후 시간을 노닥거리며 보내는 신세로 전락했다.     

 

앙리 마티스 '이카루스', 1946, 콜라주,  43.4x34.1cm,  퐁피두센터 


성공만을 추구하며 다양한 관계를 경험하지 못했을 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해럴드의 이웃 남자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의 상황에 처했을 때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오히려 감성적인 느낌이나 직관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사람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감정이나 직관, 충동과 같은 내면 의식이다. 자기 마음대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관계'에 좌우되는 것이기에 내면의식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성취와 행복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감정, 본능, 자기 돌봄과 같은 내면 의식을 들여다보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음악, 예술, 시, 냄새, 느낌, 기분과 같은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이 행하는 모든 것은 무의식과 만남이라는 관계에 토대를 두고 있다. 관계들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감정을 잘 훈련하고 다듬을 때 우리는 진정 충만한 삶을 살아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을 기쁨으로 가득 차게 살아내고 싶다면 무의식의 심연을 들여다보자. 


나의 무의식을 보듬는 방법으로  ‘언총言塚'을 한번 해보기를 권해 본다. 다양한 성씨들이 모여 살아 말로 인한 시비가 끊이지 않은 한대 마을에서는 ‘언총'이라는 말무덤을 만들어 해결을 했다.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상스럽고 원망이 담긴 말을 그때마다 적어 땅에 묻고 흙과 돌을 쌓은 말무덤 '언총'을 만든 것이다. '언총'처럼은 아니어도  나의 무의식이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글로 써내고 표현하다 보면 적어도 상원 위원장 같은 모양새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눈을 멈추게 한 문장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돈과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복잡하지만, 사회적인 유대와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인간관계가 깊으면 깊을 수록 사람은 더 행복하게 산다. 결혼 생활을 오랜 세월 지속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 해에 10만 달러를 버는 것과 심리적 이득 면에서 동일하다. 또 다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에 한 차례 만나는 모임에 회원이 되는 것은 소득이 두 배로 오를 때와 동일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294~295쪽        
미국의 국립 정신 보건원의 노화센터 초대 책임자인 진 코헨은 행동의 지속성이 행동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독서 클럽에 참가하면서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책을 읽는 것이, 영화 감상이나 강연회 참가, 소풍 가기 등과 같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여러 활동을 동일한 횟수만큼 하는 것보다 건강에 훨씬 좋다는 뜻이다.”                                                                            -5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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