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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Dec 04. 2020

곰이니 여우니?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인식이 사실을 이길 때가 많습니다

여우 하고는 살아도 곰 하고는 못 산다잖아요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를 받아 든 순간 몇 년 전에 이사 간 민석이 엄마가 떠올랐다.

명절날 시댁에 갔다 오기만 하면 분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녀가 이사 가기 10년 동안 듣는 레퍼토리가 똑같았다. 나중에는 명절 지나고 전화가 오면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동조도 하면서 같이 속상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왜 번번이 똑같은 상황에 저렇게 밖에 대처를 못하는 거지?
십 년이면 업그레이드도 될 만한데 왜 저러고 살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 붕어빵 찍듯이 주제가 똑같았다.    


민석이 엄마를 화나게 하는 건 바로 막내 동서였다.

민석이 엄마는 당신 남편이 장남도 아닌데 시댁 일을 도맡아서 하는 것 자체를 못 마땅해했다. 민석이 아빠가  아내의 불만을 모르는 바는 아닐 텐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뜻한 바대로 했다. 다른 형제들보다 2~3일은 일찍 가고 서울로 올라올 때도 다른 형제들 다 간 뒤에 뒷마무리를 하고 나서야 차에 탔다.      



민석이 엄마는 시댁에 가기 싫은 게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란다. 제일 늦게 오고 제일 일찍 가는 막내 동서가 얄미워 죽겠다고 했다. 없는 돈을 마련해서 시어머님 용돈이라도 드리려는 민석이 엄마와 달리 그 동서는 달랑 팬티 세 개 들어있는 쌍방울 상자를 들이밀면서도 시어머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게 너무나도 속이 보이고 미워 죽겠다고 했다.      



잘 오지도 않지만 혹 가다 시댁에 오기라도 하면 음식이며 산나물이며 차 트렁크가 미어터질 정도로 싣고 간다고도 했다.

묵묵히 소처럼 일하는 민석이 어머니를 시어머님이 알아 줄만도 한데 세월이 바뀌어도 막내 동서에 대한 사랑만큼은 식을 줄을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어느 해는 심지어 길이 너무 막혀서? 막내네 부부가 못 왔다. 어머님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막내동서가 밑밥을 깔았다고 했다) 자기 남편 핑계를 대며 막내 동서네는 결국 오지를 않았단다. 동서의 그런 전화를 받고도 시어머님은


 “어쩌 겄냐, 길이 막혀서 그런 걸. 본디 우리 막둥이가 에려서부터 질이 막히는 걸 못 견뎌했어야. 에미 니가 욕본다.”


 하면서 끊는데 환장할 뻔했다고. 다시는 시댁에 안 갈 거라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민석이 아빠랑 대판 싸웠단다.      



같은 일을 하고도, 아니 도리어 일을 하지 않고도 누구는 인정을 받고 다른 사람은 인정받지를 못할까?

그것에 대한 해답을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에서는 ‘그렇게 일 해봤자 아무도 몰라준다’며 다양한 사례와 전문가의 이론을 끌어와 보여주고 있다.   



    


내향적인 사람이 직장에서 자칫 자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일부러라도 손을 들어서 일을 맡아보는 것도 좋다고 권한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이 보고의 원칙이란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는···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중간중간에는···“이러저러하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고,
∙그 일을 끝냈다면··· “이러이러하게 끝냈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53쪽     



도대체 일을 하고 있는지, 안 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 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궁금하지 않도록 그 과정에 대한 보고를 잘해야 한다.

“보고를 잘해 인정받는 사람은 많아도 보고에 실패하고 인정받는 사람은 없다.”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내놓고 보니 민석이 엄마의 투덜거림이 생각이 났다.

“아니 안 올 거면, 오지 못할 거면 중간에 전화라도 하지 말든가. 꼭 올 것처럼 해놓고 밉살맞게 결국은 안 왔다니까. 처음부터 안 오려고 계획에 있었던 거 같아. 더 황당한 것은 내가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전화를 몇 번 씩이나 하시면서 일찍 출발하지 그랬냐며 다그치시거든. 근데 백 여시 같은 막내 동서한테는 찍소리도 못하시고 다음 명절에는 꼭 오너라 하며 끊으시더라니깐.”      



아마 민석이 엄마의 막내 동서도 출발해서 오고 있는 상황을 계속 시어머님께 알려드려서, 이를 테면 ‘보고의 원칙을 잘 지켜서 명절날 시댁에 오지 않아도 욕먹는 것을 피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민석이 엄마는 매번 명절 쇠고 오면 병이 나서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피곤도 피곤이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상실감에 연례행사처럼 아팠다. 민석이 엄마 말마따나 곰처럼 일만 하고 와서는 아프기만 한 셈이다.     


 

민석이 엄마는 자기는 등신이라고. 막내 동서보다 열 살이나 더 먹었는데도 맹탕이라며, 동서가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시댁에서 일을 할 때도 면소재지로 장 보러 갈 때면 먼저 차에 올라타서는 느즈막 하니 들어오고, 음식 준비할 때는 설렁설렁 다니기만 한단다. 이웃에 홀로 된 시이모 댁에 음식을 가져다줄라치면 어느 틈에 냉큼 차에 올라 시이모님께 치하란 치하는 혼자서 다 받고 온다고 투덜댔다.



더 어이없었던 것은 추수가 끝나고 시이모님께서 막내 동서네만 쌀이랑 아기 머리통만 한 감 한 상자를 따로 부치셨다는 사실이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는 말처럼 일은 내가 다 했는데 인사는 동서가 다 받았다고 화를 냈다. 처음엔 분에 못 이기더니 나중엔 내가 멍청해서 그러지 뭐 하면서 자책을 했다.     


  

일은 입으로 하고, 성과는 관계로 낸다.
묵묵히 일하는 것으로 성과를 내는 건 ‘바보’나 하는 것이다.

-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118쪽     



출처: 중앙books



묵묵히 일하는 것으로 인정받으려 했던 민석이 엄마는 끝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인정을 시어른께 받지를 못했다. 그에 비해 민석이 엄마네 시댁 동네에서는 막내 동서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단다.

시이모라는 성능 좋은 스피커가 막내 동서의 따뜻함을 동네방네 알리게 했기 때문이다.

시이모는 "혼자 살아서 명절이면 너무나 외로운데 어찌 그런 걸 젊은 사람이 알고, 엽렵하게도 당신을 꼭꼭 챙긴다"며 엄청 고마워했다. 자기 시어머니 챙기기도 힘들 텐데 나까지 헤아린다며 요즘 보기 드문 며느리라며 만나는 사람마다 소문을 내고 다녔다.



막내 동서는 시어머니나 시이모가 칭찬을 하려 들면 얼른 못하게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척을 했단다.

민석이 엄마는 자기 동서에 대해 모든 게 다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막내 동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윗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처신을 잘한다고 인정을 받았다.     

 


책에는 조직의 생리와 상사의 마음을 잘 알라고 조언을 한다. 

우리나라의 회사 문화는 농촌 문화와 비슷하다는 특성이 있단다. 문화 인류학자인 조지 포스터는 이런 사회는 “지극히 공동체주의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관찰을 하면 할수록 자기 중심주의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했다”라고 했다. 이와 같은 사회에서는 주목받거나 나서는 걸 꺼렸다.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지 않도록 능력이 있어도 눈에 띄지 않아야 했다. 설사 눈에 띄게 되면 겸손해야 하고, 무엇보다 함부로 나서지 않아야 됐다.   



자기 자랑도 하지 않지만 상대방 칭찬도 하지 않는 거, 남의 능력이나 공을 흔쾌히 인정하지 않는 문화도 한국의 회사 문화와 비슷하다고 일갈한다.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는 회사 생활을 지혜롭게 잘 해내기 위한 '슬기로운 회사 생활'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삶에 적용할 수 있다.  

    


일을 잘하는 것은 '사실'이고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인식'이다.

연구에 의하면 인식이 사실을 이길 때가 많단다. 인식이 믿음이 되면, 잘하는 것으로 믿어버리면 그때부터는 살아가기가 수월할 것이다.



민석이 엄마처럼 늘 열심히, 묵묵히 일해 왔지만 정작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인식되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기억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책 표지의 말처럼 

곰처럼 살 것인지 여우처럼 살 것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어느 쪽에 해당하는가요?          



출처: Pixabay






이 책은 독서모임 성장판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저의 주관에 따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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