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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수집가 Oct 20. 2021

아들의 첫 사회생활

브런치 최다 검색 키워드: '초등 아이 친구'


처음 브런치를 개설하고 글이 잘 써지지 않았을 때 예전에 활동 까페에서 썼던 글들을 정리해서 올리기도 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이곳에 육아 관련 글을 많이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 내 브런치로 꾸준히 독자를 유입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초등 아이 친구'와 관련된 키워드이다. 언젠가 아들과 함께 친구 만드는 법에 대해 나눈 대화를 정리해서 글로 올린 적이 있는데, 그 글은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독자들과 내 브런치를 연결하고 있다.


10월 19일 브런치 유입 키워드


초등 남아 친구 만들기,

초3, 4 친구 사귀는 법,

초등 친구 없어요,


아이의 말투 같기도 하고 부모의 말투 같기도 한 검색어들은 내 마음의 맨살을 건드린다. 아시다시피 검색창에 단어를 타이핑하면 관련 있는 브런치 글이 추천된다. 그렇게 내 브런치를 찾아와 준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 검색어에 대한 절실함이 있을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를 넣어 답을 찾는 일은 대개는 가볍지만 때로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는 일이기도 하다. 애석하게도 검색 결과는 신통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친구 문제를 선생님에게 묻지 못하고 DAUM에 묻고 엄마에게 묻지 못하고 NAVER에게 묻는 일은 왠지 서글프다. 그래서 브런치 통계에서 아이 친구 문제와 관련된 유입 키워드를 보면 마냥 반갑기보다 친구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막막함, 자식의 친구 문제로 고민의 밤을 보내는 부모의 간절함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 입장에서 아이의 친구 만들기 요령을 쓴 그 글도 어떤 이에게는 부러움이나 답답함, 반감까지 주는 글이 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다.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아 고생할 땐 정수기 광고 속 어린 아이의 분유를 타는 광고 모델 얼굴도 보기 싫었으니까. 사실 육아에 관한 글이 모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어떤 첫 변화를 보이는 순간들은 가슴 뜨거운 일이다. 그것은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내게도 각인된 순간이 된다. 내가 브런치에 그런 순간을 담는 이유는 단 하나다. 똑같지는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그냥 지나쳐버렸지만 다시 기억해 볼 만한, 일들을 다시 되새겨드리고 싶다.


아이의 첫 사회 생활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쑥 내밀었다. 책 한 귀퉁이를 작게 찢은 종이에 숫자가 적혀 있다. 새로 전학 온 친구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달라며 내민 종이였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손목에 차는 형태의 키즈 폰을 마련해 주었지만 아이는 키즈 폰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른들이 갖고 있는 멋진 스마트폰에 비해 시시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 전화기가 갖는 기능, 타인과의 교류라는 측면에 아직 눈뜨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엄마 아빠 전화번호, 할머니 할아버지 연락처도 저장하고 키즈 폰에 탑재된 귀여운 게임도 같이 해 보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갖고 다니는 것도 거추장스러워해 가방 속에서 발견되기 일쑤였고 며칠 충전을 안 해 방전되어도 별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던 아이가 친구 전화번호를 폰에 저장하겠다고 하니(할 줄도 몰라서 '저장해 달라'고 했다) 얼마나 신기하고 대견하던지! 그것은 그냥 종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의 첫 사회생활이 시작됨을 알리는 뜻깊은 물건이었다.



이때 부모의 반응은 참 중요한 것 같다. 친구에 대한 정보를 함께 공유하며 새로운 친구와 잘 지낼 수 있도록 의미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의미 있는 피드백이 될 것이다.


그 친구는 이름이 뭐야? 어디에서 전학을 왔대?

책상 자리는 너랑 가깝니? 이제 너희 반은 모두 스물일곱 명이 되었겠다.

오늘은 어떤 얘기 나눴어? 그 친구는 지우개 따기 잘해?


엄마의 진심이 담긴 꾸준한 관심과 환기를 통해 아이는 새로운 친구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친구를 대하는 따뜻하고 설레는 마음이 아이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무수한 낯선 이들에 대한 마음가짐으로 자리잡기 바란다. 그 마음을 매만져 주는 것도 엄마가 할 수 있는 담담한 육아 중 하나다.






이전 11화 엄마한테 은머리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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