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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희경 Jun 26. 2024

완벽한 때를 기다리시나요?

많은 분들이 "완벽한 때"를 기다립니다. "내 커리어가 좀 더 탄탄할 때" "내가 더 성공할 때" "조금 더 여유가 될 때" "시간이 좀 더 많을 때"


특히,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후에는 "이 완벽한 때"를 더 찾게 돼요.  "책을 쓰려면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하고, 배우려면 돈도 필요하고, 글쓰기 연습도 더 해야 될 것 같아"



이렇게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며 안 되는 이유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러곤 주위를 둘러봅니다. 아이도 이전보다 더 손이 많이 가는 것 같고, 왜 하필 이때 친정 부모님은 아프고,  나에게 투자할 돈도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결론을 내립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우리는 이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라는 말에 속아 얼마나 많은 도전을 포기하며 살았을까요?


잠시 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8년 전, '책을 쓰고 싶어'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책을 읽고, 정보를 찾았습니다. 나를 이끌어 줄 스승도 만났고 실제로 글을 쓰며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문자 하나가 왔습니다 "퇴사 처리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매달 받던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지금은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보니 퇴사한 일과 책을 쓰는 일이 별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마음을 다 잡고 있는데, 이번에는 친정아버지의 암 진단 소식이 들려옵니다. '내가 책을 쓸 때가 아닌가?' 마음속으로 수없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다행이 아버지는 암 말기가 아니었고, 내가 아무리 동동거리며 병간호를 한다고 해도 병을 이겨낼 사람은 아버지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를 보니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병으로


세상을 허무하게 떠날 수 있겠다.


지금이라도 마음먹은 대로 살자.'




그렇게 다시 마음잡고 글을 쓰는데,  이번에는 남편 회사의 파업 소식이 들립니다. 월급이 반 토막 난다고 하더군요.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외벌이에서 다시 월급 반 토박 소식이라니요!! 또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내가 책을 쓸 때가 아닌 건가?' 그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 파업은 일시적인 현상이야. 또 원상 복귀할 거야. 나는 내가 가는 길에만 집중하자!'


이 정도면 저에게 책을 쓰기에는 타이밍이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15개월짜리 독박육아하며 배속에 아이도 있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저를 자꾸 시험하는데 포기하지 않고, 쓰는 게 이상할 만큼이었으니까요.  그런데도 저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나에게 나쁜 소식이 들렸다.


그래도 나는 써야 했다.


삶이 주는 고통을 잊기 위해.



멘털이 가장 흔들릴 때, 저는 글쓰기에 집중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글쓰기를 통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고, 세상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남편은 6개월 뒤 원상 복귀를 했습니다. 5년이 흘렀습니다.  아버지는 암을 극복하셔서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퇴사한 회사는 돌아갈 수 없었지만, 대신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쌓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삶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고, 좋은 일이 생기면 나쁜 일도 생깁니다.  희로애락을 반복하며 사는 것이 삶입니다.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면 좋겠지만,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도 이겨내야 합니다. 그게 삶이니까요.


<완벽한 타이밍은 지금입니다>


완벽한 타이밍이 오지 않는 것도 이런 삶의 이치 때문입니다. 일이 잘 풀려 좋은 일이 생길 때는 돈이 여유 있겠지만, 시간 여유나  다른 것을 할  에너지가 부족합니다.


반대로, 내 에너지가 침체되어 있을 때는 돈이 부족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고, 새로운 일을 할 에너지가 비축됩니다.


시간이 흘러 노력을 거듭하고 일에 몰입하여  돈도 많고, 시간도 많아질 때는 어떨까요? 그때는 신체적인 나이가 많아 새로운 것을 할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즉,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시간, 돈, 체력이라는 3박자가 모두 잘 맞는 '완벽한 타이밍'은 찾아오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뭐든 마음먹을 때가 '적기'입니다.  내 주변에서 생기는 부정적인 시그널이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며 포기하고 싶은 나의 나약함일 뿐입니다.


내 마음이 그것을 뛰어넘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닙니다.


비단 책 쓰기 뿐만 아니라 무언가에 도전하기에 완벽한 타이밍은 없습니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다가 야속하게 시간만 흐르고 나이만 들뿐입니다.


완벽한 타이밍을 찾지 말고,

'지금' 하세요.

내일, 다음에, 언젠가는

오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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