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야 Oct 05. 2022

선택

그러나 꼭 알려줘야만 했던.

오랜만에 찾은 카페에서 잔잔한 음악사이로 옆 테이블의 이야기들이 함께 들린다. 아기띠를 두른 앳된 엄마들은 자녀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 농담처럼 각자의 로망을 말한다.

의사? 변호사? 그냥 행복하게?


혼자 테이블에 앉아 답할 곳 없는 나는 스스로 묻는다. 근사하게 꿈꾸는 모습이 많아 쉽게 답할 수 없다. 내가 디자인한 모습대로 자라는 것도 아닌데, 깊이 고민하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결국 아이의 선택들이 아이의 삶을 이끌 것이다.


우리집 아이들은 순한 편이다. 육아에 올인해야 하던  시기에도 비슷한 또래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대부분, 늘, 가장 수월한 쪽에 서있었다.

그래서 아기를 키우며 힘든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너네 애들은 순하잖아."라는 말이 붙었다. 억울하지만, 고개 끄덕여지게 되는...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기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도 연습이 필요하다.

여전히 순둥한 아이들은 매일 연습하며 자기를 새롭게 만들어나간다.


아이 둘과 잠들기 전 함께 누워,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선택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아이가 묻는다.

"내가 선택한 걸 엄마가 싫어하면 어떻게 해?"

나는 다시 질문을 돌린다.

"얘들아, 엄마는 너네가 이 일을 절대로 안 했으면 좋겠는데 너네는 꼭 하고 싶을 때가 있을 수 있잖아? 그때가 되면 어떻게 할 거야?"

아이는 지혜롭게 질문을 다시 토스한다.

"엄마는 어떻게 하면 좋겠어?"


"엄마는 그래도 너네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근데 엄마는 그 일을 절대로 안 했으면 하기 때문에 분명히 화도 엄청 낼 거야. 울 수도 있겠지. 엄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반대할 거라는 걸 알고 있어도 그래도 꼭 해야겠다 싶은 일은 혼날 각오를 하고서도 해보면 좋겠어. 그리고 엄마를 설득해."


일방적인 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답한다.

"알겠어, 엄마"


아이들이 이 말을 이해했을까?

순한 성격의 아이들이 살아가며 여러 가지 이유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게 될까 봐

때때로 나는

하고 싶은 것은 혼나면서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다른 선택을 해도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것을 선택해보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기준은 내가 삶에서 무엇을 선택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십 년, 이십 년이 흐른 후

오늘 뿌린 씨앗이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겠다.

나는 이 말을 후회하게 될까? 아이들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부모는 아이에게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 후유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