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싱크대에 서서 끼니를 대충 때우는 엄마.
쓰레기를 꾹꾹 채워 넣어 터질 듯이 꽉 찬 쓰레기봉투를 만드는 엄마.
외식할 때마다 "조미료 범벅에 재료도 별론데 이걸 비싸게 팔아?"라며 불만 가득한 엄마.
군것질을 할 때마다 나타나 몸에 안 좋다고 잔소리를 해대는 엄마.
안 추운데 얼어 죽는다면서 완전무장을 시키는 엄마.
이해하지 못하는 것 투성이인 엄마였다.
엄마와 난 너무 다르다고 생가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나도 모르게 엄마가 했던 말과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
나 혼자 차려먹는 게 귀찮아 싱크대에 아기가 남긴 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쓰레기봉투 값이 아까워 꽉꽉 채워버리고,
외식을 하면 먹을 것도 별로 없는 게 비싸기만 하네 라며 집에서 해 먹고
군것질하는 남편에게 건강에 안 좋다며 잔소리하고.
난 엄마의 미니미 그 자체였다.
이제야 엄마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든 것이 이해됐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했다.
가족의 모든 현실적인 문제들을 끌어안고 사는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