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과 딸기라떼
왜 하필 입학 앞두고 눈이 안 보이니!
눈이 이상하다. 가까이 있는 건 잘 보이는데 갑자기 멀리 보면 초점이 안 맞는다. 근데 그게 좀 오래 보면 보이고... 뭐지? 눈이 나빠진 걸까? 이사 준비하면서 사회복지사 공부하느라 눈이 피로해서 일시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몇 주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증상은 계속되었고 눈은 더욱 피곤해졌다.
아무래도 안경을 바꿔야 할 거 같아 안과를 찾아봤다. 내 눈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너무 궁금해서다. 큰 병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너무 걱정스러워 눈에 대해 검색하다가 ‘가까운 것을 보다가 갑자기 멀리 볼 때 초점이 맞춰지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노안 초기 현상’이라는 내용을 읽었다. 병보다는 노안이 낫지만 그래도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긴 했다. 갑자기 중년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이상해서.
2시간 넘게 기다려 만난 의사도, 그 후에 간 안경원에서도 길고 긴 검사 기간을 마치고 노안 증상이 맞다는 결과를 들려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고 그 후로 시력이 쭉쭉 나빠져서 고등학생 때 양안이 -5.5 정도로 최근까지 살았다. 근시가 심해지는 방식으로만 시력의 변화를 느껴왔기에 솔직히 이번에 눈에 생긴 생경한 느낌에 걱정을 많이 했다.
암튼 그렇게 노안 초기를 진단받으며 기능성 렌즈를 장착한 안경을 맞춰 끼고 개강을 맞이하러 상경했다. 3월 초이지만 여전히 춥고 건조한 날씨에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어주면서 겨우겨우 첫 번째 주 수업에 참여했다. 근데 안경을 바꿨음에도 눈은 여전히 힘들었다. 수업이 시작되니 스크린에 쏜 빔 프로젝터 빛이 반사되어 글자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초점을 맞추려고 해도 작은 글씨들은 더욱 퍼져 보이기만 했다. 집에만 있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공부까지 하려니 체력도 부족한 것 같았다.
몸이 나른해지면서 무거워지고 목이나 허리 뒤쪽에 통증이 느껴지고 눈이 무거워질 때, 피곤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 모든 현상이 개강 첫 주, 첫 수업 때부터 슬며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와 함께 '딸기라떼'를 너무나 자주 드링킹하고 있는 '나'도 발견되었다. 카페만 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딸기라떼'만 주문하는 것이다.
달달한 커피만으로는 지친 몸을 챙길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 무조건 딸기라떼를 외치는 내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그러다 보니 학교 주변과 서울에서 방문해 본 카페 중 가장 맛난 딸기라떼는 어떤 것인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3, 4월에 마셔 본 딸기라떼 중 Top 3을 골라봤다.
3위는 컴포즈커피 신촌자이엘라점 딸기라떼,
2위는 크레스타운 이대점 Strawberry Latte,
1위는 63스퀘어 GF층에 있는 63 베이커리에서 먹은 딸기라떼다. 딸기의 신선도와 음료 전체의 달기, 얼음의 크기, 마지막으로 에너지 충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따라 골라봤다.
가장 기대를 했던 스타벅스 딸기라떼는 좀 실망스러웠다. 먹기 좋게 딸기를 잘 다져놓아 마실 때도 참 편한데 맛이 너무 '쭈쭈바' 같다. 어릴 때 먹던 그 딸기맛 쭈쭈바랑 맛이 이렇게나 똑같다니! 뭔가 예전 기억이 나서 추억은 돋는데 이 값을 주고 이 맛을 먹게 되는 건 좀 아니지 않아?라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벌써 5월이 중반에 이르렀다. 기능성 안경의 다초점에 익숙해져 눈이 예전보다 편해졌다. 서서히 습도가 높아져 인공눈물은 필요치 않게 되었고, 딸기라떼도 예전만큼 찾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공눈물과 딸기라떼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도전에 함께 시작해준 동지 같은 녀석들이라 떠올릴 때마다 든든할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