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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Jul 10. 2024

논문 쓰는 교수님이 부러워서

교수가 되면 맘껏 논문 써도 되는 거?




지난 학기, 대학원생으로서의 첫 시간을 보내며 내게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분은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과목의 교수님이다.


미디어의 급격한 발달은 사회에 여러 가지 현상과 발전, 어려움을 동시에 가져온다. 그래서 미디어 교육은 처음에 '멀티미디어 사용 방법'을 가르치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히 기계를 다루는 시대에서 모든 이들이 각자의 채널을 가질 수 있는 현대 사회로 오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내용과 방법도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었다. 따라서 실과나 기술가정에서 다루던 내용이 '리터러시' 즉, 문해력에까지 확장되어 국어과에서 주로 다루어야 할 상황이 되었고, 미디어 사용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도덕과 와 사회과로도 확장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런 상황 속에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단어의 뜻도 너무나 빨리 변해버려서 이 분야를 연구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은 굉장히 역동적이셨다. 6개월에 한 번씩 연구실에서 볼 책을 물갈이하신다는 것, 전국적으로 많은 강의를 다니시는 것, 학문 간 협력도 매우 중요하기에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공저로 수업시간에 사용할 교재를 집필하시고 그들을 특강자로 초청하신 것도 매우 독특했다.


여러 모습들 중에서 제일 특이한 것은 '논문'을 많이 쓰시는 분이라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미디어 리터러시를 측정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는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등등 멈추지 않는 연구를 하시는 모습이 무척 멋졌다.


무엇이든 알고자 하는 것이 생기면 연구하고 논문을 쓰시는 모습에 부러운 마음이 들자 이런저런 질문들이 떠올랐다.


과연 논문은 누가 쓸 수 있는 거지?

교수가 되어야 맘대로 쓸 수 있을까?

석사학위생은 맘대로 쓸 수 없는가?

박사학위생이 되면 맘대로 쓸 수 있을까?

전공과 다른 주제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해도 되나?


1학기에 두 과목을 수강하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기말과제로 소논문 정도의 과제물을 제출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연구를 꽤나 많이 하게 되었고 자식처럼 귀한 과제물을 논문으로 발전시켜 보면 어떨까라는 마음이 들자 논문에 관한 질문들이 더욱 나를 괴롭혔다.


혼자서 끙끙 앓다가 박사학위생들에게 질문하니수강했던 과목 교수님께 교신저자를 부탁드려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수업 중 쉬는 시간에 타 과목 교수님께 교신저자를 부탁드려도 되냐고 용감하게 질문을 드렸다. 교수님은 논문은 지도교수님과 상의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논문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대해 자세히 대답해 주셨다. 학위과정에 있으면 누구나 어떤 학술지에 자기 전공 외의 어떤 분야든 논문을 투고할 수 있으나, 학위논문이나 관계가 걸려있으므로 지도교수님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언급하시기도 했다.


궁금한 대부분의 것은 1차적으로 해결되었다. 나는 학위과정생이니 논문은 뭐든 써도 되고 학술지에 투고도 할 수 있는데... 지도교수님이 과연 하라고 해주실까 하는 것이 남은 한 가지 문제.


메일을 드려볼까 말까 고민하던 중 미디어 리터러시 과목 교수님이 기말과제물이 내용이 너무 풍부하다며 논문 3개로 확장해 보라 피드백을 해주셨다.


와! 내 과제물이 꽤 괜찮다는 거잖아?

그럼 큰맘 먹고 지도교수님께 말씀드려 볼까?'


용기가 조금 생겼지만 OT 때 줌으로 밖에 뵌 적이 없고 수업도 들은 적이 없어서 지도교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몰라 이내 불안해졌다. '학위 논문이나 준비하라고 하시면 어떡하지?' 조마조마했지만 지도교수님의 뜻에 따르자는 결론을 내고 조심스레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도교수님은 너무나 흔쾌히 OK 하셨다! 그게 더 놀라웠다. 논문 쓰고 싶어서 고민한 게 2개월인데 이렇게도 빨리 긍정적인 답변을 받게 될 줄이야! 너무 기뻤다! 하하하하하하 논문이 뭐라고 그게 이렇게나 기쁘다니! 논문 쓰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에 남들은 귀찮다거나 힘들다는데 뭘 또 이렇게까지 쓰고 싶다니 참나.


일단 큰 산은 다 넘은 셈이다. 그렇지만 요새는 IRB라고 해서 연구윤리가 굉장히 강조되고 있어서 기말과제물로 연구했던 것을 그대로 논문화할 수 없었다.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는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연구대상자의 권리ㆍ안전ㆍ복지를 위하여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생명의과학연구의 윤리적, 과학적 측면을 심의하여, 연구계획을 승인할 수 있는 독립된 합의제 의결기구를 말하는데, 우리 학교에도 생명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기말과제로 했던 두 가지 질적 연구의 내용이 모두 개인의 사생활이나 사상, 신념이 드러나는 부분이라서 연구계획서가 미리 통과된 후에 동의서를 서면으로 받고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었던 것이다. 과제로 제출하기 위한 간이식 구두 동의로는 부족했다. 아예 새롭게 처음부터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그냥 논문을 쓰지 말까 싶기도 했다. 심의면제로 진행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어 지도교수님께 상의드렸더니 통과가 어려울 수 있어 동의서 받고 천천히 진행하자 말씀해 주셔서 마음을 다잡고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서류가 아주 많이 필요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이른 아침 3시간 정도 투자해서 다 쓰고 승인신청했다. 헉. 꽤나 복잡한 절차가 많았지만 할 만했다.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고 몇 개월 전에 연구계획서나 신청해 놓을 걸 싶은 마음도 들지만 학기 말에 다 돼서야 IRB가 뭔지 제대로 알게 되었고, 논문을 쓸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으니까 지금 해도 괜찮다며 스스로를 달랬다.


IRB 정기심의가 7월 16일이다.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다음 논문들을 위해서 첫 연구계획서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굉장히 궁금하고 기대된다. 만일 한 번에 통과되면 너무나 감사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심의를 받아야 할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차후에 작성할 연구계획서에 도움이 될 테니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정말 솔직히는 오늘 통과되어 바로 논문을 쓰고 싶긴 하다....ㅜ)


신경 쓸 게 많아도 기꺼이 그 일을 하게 되는 건 너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거겠지. 내게는 논문 쓰는 일이 그렇다. 투고할 학술지를 고르고 생명윤리위원회에 연구계획서를 심의받고 하는 일들은 꽤나 귀찮을 수 있지만 희한하게 그런 게 아주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종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적이 나왔다.

박사학위생들과의 격차를 많이 느껴 졸았던 질적연구 수업에서도, 존경해 마지않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수님의 수업도 모두 A+를 받았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던 걸 알아주신 것 같아 무척 기뻤고 논문도 열심히 써보라 응원해 주시는 것 같아 뿌듯하고 행복했다.


졸업할 때까지 몇 편의 논문을 쓰게 될까? 아직 개인적으로 더 쓰고 싶은 논문이 2개 더 있고, 학위 논문으로 쓰면 좋을 주제를 2개 정도 잡아놓은 상태이다.


논문이 너무 쓰고 싶어서 박사학위에 도전하게 될까? 교수가 되고 싶을 정도로 논문을 계속 좋아할까?

후훗 두고보면 알 일이니 일단 패스!


암튼 이번 방학 땐 두 편만 완료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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