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잘 안 써질 때 아침저녁으로 복용하세요.
며칠 전, 브런치북을 발간했다. <우울증 끝내기>라는 제목으로. 그런데 힘들던 시기를 다시 돌아보며 쓰는 게 어려웠는지 서서히 글이 써지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브런치북을 발간해도 삶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아 솔직히 실망했다. 2017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책의 초안을 완성한 것이지만 당장 책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허무했다. 마감한다고 며칠 내달리느라 지친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염원하던 책의 초안이 완성되었으니 기뻐야 하고 즐거워야 한다며 진짜 감정을 외면했다. 가짜 감정으로 나를 속이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잠도 안 왔다.
이럴 때, 나는 브런치를 약으로 먹는다. 왜냐하면
첫째, 마음을 움직이는 데 효험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잘 알아채지 못한 채, 버려두자 마음은 브런치북 발간 직후에 멈췄다. 마음이 멈춰버린다는 건 반대로 감정에 빠져있는 것이다. 며칠간 허탈감에 깊이 찌들어 있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란 가요는 슬픔, 고독, 공허함을 직면하는 사람들의 노래다. 공연이 끝난 뒤 느껴지는 부적 감정을 받아들였기에 곡은 흥겹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나는 마음이 굳고 몸이 긴장하여 소화가 안되고 잠도 못 잤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다. 갑자기 브런치 작가님들이 보고 싶어 져서 브런치에 접속해서 피드를 열었다. 읽지 못한 글이 많았다. 위에서부터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위처럼 굳어있던 마음들이 조금씩 흐물흐물해지면서 슬라임처럼 녹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어떤 글에서는 눈물로 주룩주룩 흘러내리더니 다음 글에선 강물이 되어 이미 내 곁에서 떠나고 없었다.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또 답글을 읽으며 마음을 나누다 보면 딱딱하던 마음이 아기의 살처럼 부드러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둘째, 균형 감각과 융통성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마음이 멈추면 시각이 삐뚤삐뚤해지고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사물과 사건을 다각도로 보지 못하게 되고, 여러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던 사고가 모두 정지한다. 다양한 주제의 글을 읽다 보니 생각의 균형을 다시 찾게 되었다. 브런치북 발간이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 살아가는 이유가 불편한 감정을 피하기 위한 게 아니란 걸 떠올리며 편안해질 수 있었다. 아픈 글, 힘든 글을 읽으면서 자족하는 힘이 돌아왔고, 웃긴 글, 재미있는 글을 읽으며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았다. 알록달록한 감정을 공감하자 굳어진 생각과 긴장한 감각이 부드러워졌다. 그러자 마음이 젤리처럼 모양을 유지하면서 찰랑댈 수 있는 융통성을 찾게 되었다.
셋째, 자기감정을 직면할 힘을 주기 때문이다.
독자의 자리에서 여러 사람의 글을 읽다 보면 나의 감정들이 부정적인 것들이라 할지라도 돌봐줄 필요가 있다는 걸 다시 깨우치게 된다.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구나 하면서. 그러자 돌봐주지 못한 감정을 직면할 용기가 샘솟았다. 공허, 허탈, 무기력감을 바라본다. 요 며칠 날씨도 궂었고, 몸도 피곤해서 감정이 더 강렬하게 느껴졌었네 하며 내려놓는다. 명치쯤 남아 있던 주먹만 한 돌이 자갈로 변하더니 조약돌만큼 작아졌다. 모래로 변한 알갱이들이 물결에 쓸려가자 답답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을 되찾게 된다.
브런치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특별히 아프고 괴로운 것들이 많다. 담아두기에 너무 무거워 어디에라도 호소하고 싶은 그런 것들. 그런 글들 속에는 치유가 있다. 일일이 적지 못한 외로움에 공감하며 같이 울 수 있는 여백이 있다.
글쓰기가 잘 안돼서 답답하다면 브런치 피드를 열어 글을 먹어보길 추천한다. 당신의 마음속 바위를 녹여 강물에 휘휘 떠내려가게 해 줄 특효약이다. 약은 입에 쓰고 몸에 달다고 했다. 브런치의 첫맛은 마음에 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맛 덕분에 당신은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 힘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출처: Pixabay@ugglema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