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쓰는 걸까?
쓴다고 뭐가 나오지도 않고 시간만 축내는 것 같은데 왜 자꾸 글쓰기 세상으로 들어오는 걸까?
그럼 나는 왜 쓰는가? 바로 글의 힘 때문이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하는 힘
생각이 복잡해지는 일들이 주변에 많다. 걱정으로 가득한 머리와 불안한 마음, 평화롭고 싶은 자아가 충돌을 일으킨다. 스트레스 받을 때, 너무 큰 일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나와 다른 마음이 부딪칠 때 나는 글을 쓴다.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다 받아 적는다. 제한 없이 그냥 쓴다. 쏟아져 나오는 마음을 거울처럼 반영하다 보면 명료해지는 시기가 온다. 가장 괴로웠던 포인트와 스스로 무시해버린 욕구를 발견하는 시점이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마음과 머리를 조종하려던 자아도 평온함을 누리게 된다.
다시 일어날 용기를 북돋는 힘
사람의 마음은 아기의 피부 같아서 너무나 연약하고 곱다. 쉽게 손상되고 생채기가 난다. 그 상처를 돌보지 않으면 상태가 지속되거나 더 악화되는데, 공감만 잘 해주면 금방 치료된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이에게 상담을 청한다. 그렇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글쓰기를 하는 '나'이다. 무거움, 답답함, 아픔, 괴로움, 외로움, 서러움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곳. '아, 그래? 많이 힘들었겠다~!' 두 마디면 어떤 상처든 금방 낫는다. 아장아장 걷다 돌부리에 걸려 아프다고 우는 아이에게 많이 아팠냐고 호~해주면 금방 씩 웃으면서 일어나는 것처럼.
관계를 새롭게 보는 힘
사람들의 심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아마 인간관계일 것이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면 좋겠지만 세상은 넓고 사람도 많다 보니 다름으로 인한 트러블이 늘 발생한다. 이것은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에도 장애를 일으킨다. 문제에 집중하다 보면 전체를 보는 시각을 잃게 되고 '자기'를 괴롭히는 스스로를 싫어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럴 때는, 나와 대화하기 기법으로 써본다. 화나고 속상했던 것부터 맘 속에 떠오르는 많은 느낌과 생각들을 서로 묻고 대답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과 무엇이 다르고 관계 역학은 어떠한지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상대와 나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쓰고 있다는 인식은 브런치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하게 된 것 같다. 서로를 작가님이라 불러주는 분위기에 적응하다 보면, 그 명칭에 어울릴 만한 글을 쓰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추구하는 방향, 주로 쓰는 분야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시작된다. 번뇌 속에서도 글을 멈추지 않는 것은 그런 고민조차 글쓰기의 힘으로 넘어설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모르는 세상. 글을 써 보아야만 알 수 있는 세계가 있다. 그 맛을 본 사람들은 절대 글을 놓지 않는다. 글이 안 써지는 때가 와도 그 시기가 지나면 더욱 깊고 맑은 글이 펼쳐질 것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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