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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Feb 06. 2021

시골 댁의 서울 나들이

보이는 것마다 왜 이레 낯서노?

서울 나들이 떠난

시골댁


'보이는 것마다

왜 이레 낯서노?'


기차에서 내린 개미군단 

착착착착 움직이니

시골댁도 

엉거주춤 따라가네


어제 내린 눈

쌓이고 밟혀

질퍽절퍽 미끌미끌


조심조심 걷다보니

시골댁 종아리가 아우성 지르네

'나 여기 있소!'


위태위태 급정거

휘청휘청 곡예 버스에

시골댁은 울렁울렁


'떠난지 3년 밖에 안됐는디

왜 이레 낯서노?'


시골 아랫목 와

발 녹이며 돌아보니

'이제사 알것다!'


아이고, 

시골댁 다 됐구먼


익숙하던 서울땅

낯설었던 건


이제 

여기가 내 집이라 

그런 거구만



<아래 부분은 작가의 퇴고 공부를 위해 남겨둔 부분입니다.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1교>

오래 다니던 치과가 서울에 있다. 예약이 있어 3개월 만에 상경했다.


그런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이상했다.

서울 근처로 이동하면서 KTX 안 인구밀도가 높아졌는데, 기차에서 내리자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무척 빨리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빨리 걸어야 할 것 같았다. 치과 예약시간까지는 충분한데도 늦을 것 같은 불안.



눈이 와 있었다. 질퍽질퍽 미끌미끌했다. 석회암 빛 인도는 슬쩍보기엔 미끄럽지 않을 것 같지만, 나는 알고 있다. 방심하는 순간 미끄러지면서 쿵 엉덩방아를 찧을 것을. 발바닥과 발가락에 힘을 빡주고 종아리와 허벅지를 긴장하며 걸었다. 겨우겨우 살아서! 치과에 도착했다. 그치만 왜 이렇게 피곤한 거지?



밖으로 나오자 응달에 눈이 쌓여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풍경이 아니었다. 유독 푸른 곰이 있는 부분만 눈이 쌓여있어 도회적인 느낌이 났다. 예전에 청계천을 돌아다니다 이 곰을 봤을 때는 되게 더워 보였는데 눈과 함께 있는 그것은 신선했다. 그러고보니 그 때는 곰도 저 색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하다.



버스를 탔다. 위태로운 광역버스. 항상 화장실이 급하신 것(?)처럼 운전하시는 기사님. 마치 놀이공원의 제트열차럼 45인승 버스로 곡예운전을 하시는 운전기사분들은 매우 존경스럽다. 독립문 근처에서 이화여대로 올라가는 길은 무척 울렁거린다. 가끔 손님들이 많이 타실 때는 시동이 꺼지기도 했었는데... 옛날이야긴가... 그러고 보니 주로 타던 버스가 어느샌가 새로 나온 모델로 바뀌어 있었다. 약 3개월 만인데 이리도 변하다니. 놀랍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화기를 보고 있으니 울렁거린다. 이것도 광역버스의 맛. 예민한 나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오래 쳐다볼 수 없다. 이 느낌도 낯설면서 익숙했다.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가 기억이 하나씩 돌아오는 것처럼.


집에 와서 살던대로 몇시간있어보니

내가 왜 익숙한데 낯선지 알았다



여기가 내 집이라서다





<초고>

오래 다니던 치과가 서울에 있다. 교정 후 체크받는 중이라 3개월 만에 나들이를 떠났다.

서울에 간 김에 엄마 얼굴도 보려고.


그런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희한하게 낯설면서도익숙했다. 이상했다.

서울 근처로 가면서 KTX 안 인구밀도가 높아졌는데, 그래서인지 기차에서 내려서는 왠지 빨리 걸어야 할 것 같았다. 치과 예약시간은 아직 남았는데 늦을 것 같은 불안이 느껴졌다.




지하철로 이동하고 밖으로 나오니 눈이 와 있었다. 길은 질퍽질퍽 미끌미끌했다. 넓은 석회암 빛 인도는 미끄럽지 않을 것 같지만, 나는 알고 있다. 방심하는 순간 슬라이딩하면서 엉덩이가 바닥에 쿵 내려찍을 것을. 발바닥과 발가락에 힘을 빡주고 종아리와 허벅지를 긴장하며 걷는 건 점점 피곤해지는 일이다. 겨우겨우 넘어지지 않고 살아서! 치과에 도착했다.




예약시간에 맞춰 들어갔으므로 진료는 빨리 끝났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응달에 눈이 쌓여있었다. 2013년부터 치과에 다녔는데 그때는 이런 풍경이 아니었던 게 떠올랐다. 유독 푸른 곰이 있는 부분만 눈이 쌓여있어 도회적인 느낌이 났다. 예전에 청계천을 돌아다니다 이 곰을 봤을 때는 되게 더워 보였는데 눈과 함께 있는 그것은 신선했다.




서울 근처에 있는 위성도시에 살았기에 비교적 서울에 자주 올 수 있었다. 주로 가던 곳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광화문 근처이고, 특별히 '교보문고'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표지 사진은 서점 안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을 찍은 것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가 그리 높지 않아 아늑하고, 불빛이 약간 주황빛을 띠기에 더욱 따스한 느낌이 들면서 황홀해진다. 책이 좋아서 어떤 도서관이나 서점을 가도 설레지만, 광화문 교보문고는 특별히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느낌이 있어 늘 가고 싶은 장소이다. 지금 사는 곳이 시골이라 더 그리운 건지도. 시골에서 구하기 힘든 책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다녀보고, 편리하게 사용하던 수정테이프를 구하려고 돌아다녔다.




엄마가 계신 곳으로 이동하려고 버스를 탔다. 광역버스는 늘 위태롭다. 아저씨는 항상 화장실이 급하신 것(?)처럼 운전을 하신다. 오랜만에 보는 중앙차선, 정류장에 2줄로 병렬 주차를 하는 곳은 서울, 경기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이 큰 버스로 곡예운전을 하시는 운전기사분들은 매우 존경스럽다. 독립문 근처에서 이화여대로 올라가는 길은 무척 울렁거린다. 가끔 손님들이 많이 타실 때는 시동이 꺼지기도 했었는데... 옛날이야긴가... 그러고 보니 주로 타던 버스가 어느샌가 새로 나온 모델로 바뀌어 있었다. 약 3개월 만인데 이리도 변하다니. 놀랍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화기를 보고 있으니 울렁거린다. 이것도 광역버스의 맛이다. 예민한 나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오래 쳐다볼 수 없다. 이 느낌도 낯설면서 익숙했다.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가 기억이 하나씩 돌아오는 것처럼.




잘 자고 일어났다. 얼른 씻고 엄마가 차려주시는 맛난 아침식사를 했다. 정신없이 준비해서 지하철 시간 놓칠세라 마구 걸어서 지하철 역까지 도달했다. 1번 환승했는데, 보따리 보따리 싸주신 것들이 많아서 헥헥거리면서 엄청 걸었다. 드디어 기차 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기차역에 도착했다. 근데 왜 이렇게 모든 곳이 다 낯선지, KTX역에 기차 레일이 많은 것도 신기해 보였다. 지금 사는 곳에는 3량짜리 기차가 2개짜리 레일 위를 왔다 갔다 하는데 말이다. 무척 큰 도시에 와 있는 느낌이 들어서 이상했다. 3년 전만 해도 이곳에 주소를 두고 있었는데 말이다.


집에 와서 살던대로 몇시간있어보니

내가 왜 익숙한데 낯선지 알았다



여기가 내 집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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