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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눈물을 쏟을 때..

마지막 수업하는 날

by 라미루이








첫째 솔이 운다 두터운 이불 뒤집어쓰고

방구들이 꺼져라 엉엉, 통곡을 한다

둘째 연은 그런 언니를 신기해라 바라보고

둘 사이에 끼인 아내는 폰을 꺼내 위로가 될만한

음악을 고르고 있다


오늘 종업식이라더니

5학년 마지막 수업이라더니

교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날 붙잡고

- 아빠, 우리 반 선생님이 펑펑 울었어

뒤돌아 서서 눈물 흘리셨어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밝게 웃으며 수다를 떨었다


아이가 자랄수록 학년이 올라갈수록

늘어가는 새로운 만남만큼

어찌할 수 없는 작별의 슬픔과 안타까움도 뒤따라 밀려드니

선생님과의 마지막 만남을 치르고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아이는

밀려오는 눈물의 바다에 발목을 적시다가

삽시에 온몸이 잠겨서는 속수무책, 허우적대다가

파도에 떠밀려 저 깊이 어딘가로

가라앉고 말았다


10분, 20분..

얼마나 울었는지 아이의 눈자위는 퉁퉁 불고

귓가는 벌겋게 달아올랐다

곁에 안긴 엄마의 폰에서 흘러나오는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는

015B의 옛 노래 가사를 듣자마자

꺼이꺼이 끄윽, 오열을 터뜨린다

싸이의 신나는 최신 댄스곡을 플레이해도

초딩들의 메가 히트송, 경쾌한 멜로디의 '문어의 꿈'을 크게 틀어도

흐느끼는 아이의 울음에 파묻혀

얼핏 들으면 어느 상갓집에서 터지는,

상주의 울음과 문상객의 폭소가 불협 화음으로

뒤섞인 기이한 곡소리처럼 들렸다



한참이 흐른 후에야

아이의 눈물이 마르고 울음이 잦아들었다

슬픔에 잠긴 아이를 격정에 휘말리게 했던

세찬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하고 잔잔하고 살랑거린다

눈치를 보며 젖은 손을 내밀어 아이의 맨발바닥을

슬금슬금 간지럽힐 뿐이다


아이는 지난 1년 간,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

이런저런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고 넌지시 말했다

안녕, Bye Bye..

이 모든 것들이 불 꺼진 텅 빈, 5학년 4반 교실에 남아

점차 희미해지고 멀어지고 영영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니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겪은 이별의 후폭풍을 맞닥뜨린 아이는

저 어둑한 바다에 빠지지 않으려 한사코 저항하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온몸을 파도에 실었으리라

아래로 아래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으로 가라앉은 아이는

자신을 지지하고 감싸주는, 부드럽고 따뜻한

눈물 바다의 품에 다다라 발끝으로

바닥을 더듬어 몸을 곧추 세우고는

힘껏 박차고 헤엄쳐 올라 위로 위로..

마침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것처럼 보였다


- 선생님이 멀리 가신 건 아니니까..

우리 학교에 계시니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도 드리고

전할 말이 있다면 손편지도 써서 전해 드려야지

그럼 된 거야

후우, 하아!

수면 위로 떠오른 아이가

푸른 하늘을 올려보고 내뱉는

숨소리가 저 멀리까지 들린다


아이는 이불속에서 빠져나왔다

난 의자에 쪼그려 앉은 아이의

젖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훌쩍였지만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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