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트를 졸업하다!

아이들의 유년기가 지나가네

by 라미루이








솔과 연이 십 년 넘게 동고동락한 카시트를 졸업했다. 작년 말부터 너희들 몸집이 부쩍 자라서 이제 답답하고 비좁으니 카시트를 떼어내자, 운을 떼자 아이들은 극구 반대했다. 고운 정 미운 정 들어서 안된다 카시트에 앉아야 편해요, 이게 없으면 잠이 안 와요 이런저런 이유를 들었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차 뒷좌석의 카시트를 탈착 하지 않고 최대한 오래 싣고 다녔다. 멀리 떠날 때마다 카시트에 앉은 아이들은 겉으로는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나날이 커지는 아이들은 비좁은 좌석 탓에 땀을 흘리거나 차멀미를 하는 경우가 잦았다. 좁은 공간을 견디다 못해 앞 좌석을 발로 뻥뻥 차거나, 잠들 때에도 몸을 사선으로 비스듬히 뉘어 시트 밖으로 상체가 삐져나오곤 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카시트는 훌쩍 자란 아이들을 버거워했다.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솔과 연에게 미리 말을 했다. 6월 어느 날, 강원도 동해 여행을 떠나기 전날에 카시트를 떠나보낸다고.. 원한다면 각자 카시트와 함께 하는 마지막 사진을 남기겠다고..

아이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알았다고, 대신 카시트와 함께 하는 사진은 찍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중에 카시트가 그리울 수도 있으니 마지막 기록은 남기겠다고 말하고는 폰과 차키를 챙겼다. 아이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문을 여니 카시트가 나란히 앉아 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유아용 카시트는 진작에 졸업했고 지금의 카시트는 와이프가 코엑스 어느 박람회장에서 득템 한 것이었다. 아마도 베이비 페어가 열리는 행사장에서 발품을 팔아 저렴하게 구입한 상품이라 기억한다. 당시 택배 발송도 되지 않아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무거운 카시트를 각자 품에 안고 낑낑거리며 돌아온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안전벨트를 걷어내고 카시트를 들어내자 해묵은 과자 부스러기와 먼지가 풀풀 날리며 떨어진다. 군것질을 하며 얼마나 흘렸는지 시트 재봉선 틈틈이 부스러기가 박혀 눌어붙어 있는 게 아닌가. 휴대용 무선 청소기로 대강 빨아들이고 물티슈로 닦아냈다. 장기간 카시트에 눌려 있던 가죽 시트도 깨끗이 닦아 내니 광택이 돈다. 그제야 꽉 막힌 숨이 통한다며 살짝 부풀어 오르는 듯하다. 장시간 드라이브할 동안, 카시트 없이 아이들의 편안한 착석과 안전을 부탁한다고 팡팡, 두드려 주었다.


카시트 둘을 차 밖으로 꺼내고 보니 기분이 묘하다. 덩그러니 놓인 시트를 보니 솔과 연이 그 위에 앉아 재잘재잘 수다를 떨다가 하찮은 이유로 다투고, 군것질을 하다가 오바이트가 쏠린다고 괴로워하고, 끝내 지쳐 쓰러져 곯아떨어진.. 모든 순간들이 하이라이트 필름처럼 지나간다. 더운 날씨에 지쳐 두 눈을 껌벅대다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작은 입을 벌린 채 곤히 잠든 아이들이 떠오른다. 달달한 초콜릿이며 눅진한 젤리를 덕지덕지 묻힌 얼굴이며 방긋 웃는 입가도 떠오른다. 운전 중에 살짝 눕힌 백미러를 통해 바라보던 아이들의 담담함, 미소, 울음 끝에 발악 그러다 미친 듯한 폭소, 뜬금포 시무룩함과 무한 삐짐 등등 변화무쌍한 표정들이 잔상처럼 스친다.

이렇게 아이들의 '유년기'가 지나가는 건가.. 난 낡은 카시트를 지탱하는 머리며 목, 어깨와 허리, 주름진 엉덩이 라인을 쓰다듬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의 온몸이 딱 맞게, 빈틈없이 새겨져 있었다. 하루하루 자라나던 아이들의 무수한 시간이 배어 있었다. 난 눈을 감은 채, 손끝으로 그 굴곡을 그리며 어루만졌다.

언제든 완만하게 또는 급하게, 굽이진 그 곡선을 떠올릴 수 있도록 촉각에 귀를 기울이면서..



아이들과 동고동락한 카시트들.. 그 동안 수고 많았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혹시나 연이 닿아 다음 아이를 만난다면 앉은자리 불편하지 않게, 안전하게 잘 부탁하마. 난 그들의 마지막 사진을 남기고는 작별을 고했다.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며 동고동락한 카시트.. 그들과 얽힌 추억이 한가득, 주렁주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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