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소리로 자욱한 밤
찌르르르 삐릭삐릭삐리 릴리리릴리~리
소음으로 가득 찬 도시에선
들리지 않았을
미물들의 합창소리
고요한 시골에서
무수한 밤을 보냈건만
매일 밤 흥에 겨워
온몸으로 노래하는
저 작은 생명들의 음악을
그동안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것은
마음이 온통
시끄럽고 번잡한 소음으로
가득했었기 때문일까
남보다 잘나 보이고 싶어
이리 궁리하고 저리 떠벌리다
이 일에 치이고 저 일로 주눅 들어
쪼그라들고 짜부라지는 마음
그 찌그러지고 좁아터진
마음에서 징징거리는 소음들이
나도 몰래 새어 나올까 봐
근엄한 얼굴, 진중한 태도로
한껏 괜찮은 척, 잘 사는 척해보지만.....
원래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마음 씀씀이
어디 가겠나
결국 이리 터지고 저리 구르다
흐물흐물 파김치 되어
방구석에 처박히기 일쑤
내가
모든 걸 척척 해내며
만인 가운데 우뚝 선
거인인 줄 알았는데
조그만 일에도
미친 듯이 흔들리는
초라한 미물에 불과한
나 자신이었음을
마지못해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풀벌레들의 합창소리가
들리기 시작함은
쪼그라든 나와
비슷한 크기를 지닌
조그만 미물들의 노래이기 때문일까
그러나 저 미물들은
온 밤을 신나게 노래하더라.
흥겹게
호젓하게
즐겁게
아주 신나게....
내가 갖가지 번뇌에
짓눌려
온 밤을 지새웠을 때에도.
저 미물들은
근심 걱정일랑 모두 잊고
제 삶을 마음껏 즐기더구나.
저 풀벌레들
한낱 미물인 줄만 알았더니
멋진 거물들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