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거기 있었지.
유리 상자 안에서 이제 사라진 왕국을 기념하고 있는 왕관은 가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가지 가장자리마다 수많은 점들이 찍혀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런 점들은 왕관 모형을 만드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 점을 찍어보고 지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을 거듭하면서 아주 특이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점을 계속 눌러 찍으면 왕관 위에 달린 가지들이 제대로 서 있지만 고점을 빼면 가지가 쓰러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왕관 가장자리 경계선처럼 찍힌 점들은 가지를 제대로 서 있게 하는 역할로 매우 특별한 기법이었던 것이죠. 저는 매일 아침 글을 쓰고 있습니다. 평온하고 조심스러우며 생각은 예민하며 손끝의 긴장은 풀고 그렇게 구멍이 뚫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점을 찍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넘어지지 않게 하는 점이라고 여기며 말이죠.
지난 늦봄에 찍어놓은 사진 한 장을 찾았습니다.
아침엔 복도 끝으로 다가가 닫힌 문을 열어보았죠. 지난번 몇 번 열어보았을 땐 비둘기 알의 위치만 달라져 있어 언제쯤 다시 와야 할지 가늠할 수가 없었어요.
간혹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죠.
너무 연약하여 손끝으로도 만질 엄두가 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순한 마음이 생길 때 말이죠. 아마도 아직 나는 연약하기도 하구나를 허락받는 시간 같은 것 말이에요.
음. 아직 피어나지 않은 작약꽃이 꽃잎을 벌리고 피어나며 한 잎 한 잎 벌어지는 순간 이라든지, 아기들의 이마 위 아직 닫히지 않은 숨골-아기의 숨골 부위를 햇볕을 잘 쬐어 주어야 숨골 부위가 단단하게 잘 영글게 된다고 하여 아기를 햇볕을 가볍게 쫴주던-처럼.
가만히 문을 열어보니 두 개의 알 중 알 하나가 있었죠.
다른 하나는 알을 깨고 아직 눈을 뜨지도 못한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어요.
머리라고 부르는 곳도 몸통이라고 부르는 곳도 날개라도 불리게 될 곳도 다 있었어요.
마른 털을 바람에 날리며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아기비둘기를 보며 10월의 마지막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