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밝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과 달과 별과....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출처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사, 2000.
'킥킥'이라는 시어의 파격성이 우선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킨다.
왜 킥킥인가? 킥킥이 시어로 적합한가? 실소인가? 미소인가? '킥킥'이라는 이 신조어 시어 속에는, 비극인 줄 알면서도 그 비극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랑을 잃은 사람의 내면 갈등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허수경 시인은 특출한 언어 감각, 전통적 서정에 실천적 역사의식을 덧입힘으로써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했다.
그녀의 시가 올해 수능에 출재 되었습니다. 그녀가 기뻐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시식평>
아마도 그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이 우리가 마지막 키스를 나눈 날이었으며, 이른 새벽 헤어지며 근처 문을 연 식당으로 들어가 마지막 아침을 먹는 날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식당은 텅 비어 있었고 탁자 위엔 방금 닦아낸 물기로 번들거렸는데 어느 누구도 식탁 위에 물기를 닦아내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