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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적 Nov 21. 2024

시식회(詩食會)에 초대합니다.

잠잠하게 마음을 물들였다가   황인찬

무화과 숲     



황인찬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출처]구관조 씻기기 민음사 2012.12.07.     


시식평  

   

추운 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어머니와 저는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 만났어요 가만히 쥔 손엔 동전이 가득했었어요. 시장 골목엔 2000원짜리 잔치국수를 팔아 서민부자가 된 국숫집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슴슴한 국물에 양념장을 넣는 동안 엄마는 국수를 자꾸만 그릇안으로 넘겨주셨어요.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물을 마셨는지 모르겠어요.      

밤새 이 시를 입안으로 되내었어요. 그리고 나를 둘러싼 양막이 찢기고 껍질이 깨지고 안으로 빛이 들어오는 걸 느꼈어요.     


시였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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