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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는...

늘 패밀리세트를 시켰습니다.

by 적적 Jan 06. 2025

토요일 밤은 쉬 이 찾아옵니다.  

   

아프지 맙시다. 감기에 걸리지 맙시다. 당부합니다. 그렇게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말을 건넵니다. 그리고 환하게 웃습니다.                


그렇게 감기에 쉽사리 몸을 내어줍니다.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매일 손꼽아 기다리던 일요일은 기다리기만 했지 아니 기다리기만 하고 손에 든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이 사라집니다. 손등이며 손바닥이 끈적해집니다. 아직도 기침하고 콧물을 풀고 닦느라 손길은 점점 더 예민해지기만 합니다.      


이 이야기는 병문안 드라마입니다.     

 

며칠 전 친구의 신세 한탄을 하는 카톡을 들여다봅니다. 단체카톡방에서 아무 말도 없이 친구 얘기만 가득한데 감기에 걸려 약을 먹고 일찍 자겠다는 말과 함께 신세 한탄의 당사자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신세 한탄을 듣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해져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갑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친구의 얘기를 듣다가 침을 잘못 삼켜 사레들립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레들리는 일이 잦은 일 같습니다. 살아나기 위해 미친 듯이 기침을 합니다.   

        

신세 한탄을 하던 친구가 갑자기 걱정합니다. 사레 들린 것뿐이라고 해도 막무가내 더니 갑자기 카톡방에 카톡이 마구 뜹니다. 안 되겠다고, 기침하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고,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더니 몇 차례 카톡 후 저는 이미 임종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대장과 행동 대원 총무가 정해진 ‘임종 원정대’가 꾸려지고 더 이른 아침 친구 집으로 모여 승용차를 끌고 집으로 쳐들어왔습니다.      


다 큰 아이들과 관심 없는 아내를 피해 쳐들어온 그들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져온 간식거리를-특히 쉽게 바스러지는 과자류- 바닥에 펼치고 옷장 문을 열어 서로 편한 바지를 놓고 쟁탈전을 벌입니다.

소파며 컴퓨터 의자에 앉아 유튜브를 보거나 핸드폰 게임으로 소일거리를 합니다. 수많은 여자 사람들 얘기로 키득거립니다. 점심때가 되자 중국집에서 패밀리 세트를 시켰습니다.

     

친구 하나는 어플을 켜둔 채로 음식이 배달되는 상황을 생방송으로 진행합니다. 다른 친구는 안절부절못하며 배달된 음식을 신속하게 모셔올 준비를, 나머지 한 친구는 밥상을 펴고 물티슈로 밥상을 미리 닦아둡니다.


집에 있을 아내들에게 전화를 겁니다. 아직 살아있는 저를 바꿔 주었는데 그때마다 손을 높이 들며 기침을 더 하라는 손짓을 하였습니다.      


친구 집에서 놀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초등학생 아이들처럼 음식을 기다립니다.


떠나기 전 단 한 명뿐인 뒤처리 담당자가 집 안을 청소기로 돌리고 닦아내며 왔던 흔적을 지웠습니다.      


집안은 다른 때보다 깨끗해져 있습니다. 임종 원정대는 살아있는 친구를 집에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억지로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저는요….     


먹고 죽은 귀신 역할을 하느라 아직도 배가 꺼지지 않고 있는데….     


근래 들어 이렇게 먹은 적이 없어서….     


임종을 뛰어넘는 원기로 피곤합니다.

      

이제 약을 먹을까 생각합니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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