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한파에 휩싸인다고 합니다. 겨울날의 산책은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집안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법 따스하고 평온하기만 한데 왜 바람이 불고 손끝이 따끔거리는 거리를 돌아다니다 들어오는 까닭을 말이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가에 서서 노을을 찍었습니다. 노을 사진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거 매번 같은 자리에서 찍었다는 걸 눈치챘을지도 모릅니다. 늘 그 자리에서 찍는 이유는 건널목을 건너면 이제 곧 집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며 마치 한 번쯤 돌아서서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건널목을 지나 작은 여자아이가 핸드폰을 꺼내 들고 먼 곳을 향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았죠.
저기서 찍는 것보다 이 자리가 더 멋질 텐데….
그 작은 여자아이가 점점 더 제 곁으로 다가오더니 사진을 찍습니다. 저는 늘 서던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옆을 바라다보니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늘어서 핸드폰을 들고 서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노을의 자기장의 모양대로 서 있는 검은 철가루의 자취대로 노을을 찍고 있었습니다.
오늘따라 레몬옐로에 버밀리언을 살짝 만 찍어 혼합한 색의 노을이 부드러운 붓 터치로 채색됩니다.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켜기 전 한동안 노란빛이 가득한 오렌지빛 조명을 켜둔 것 같아 그대로 창가에 서서 손끝이 노을이 지기를 기다렸습니다.
한파 전야입니다.
산책하러 나간 길은 바람이 조금 세게 불어올 뿐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도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으로 바람이 불었어요.
고요하고 평화롭기까지 한 시간은 세면대에 물을 받아두고 쉐이빙 크림을 얼굴에 바른 사내가 수염을 깎고 면도기를 세면대에 씻어낸 듯 고요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