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물 같고, 때로 붉습니다.
엄마는 간혹 인절미가 먹고 싶다는 아들 말에 찰밥을 하고 그걸 으깨어 떡을 만들고 그 위에 콩가루를 묻혀 입 안에 넣어주셨습니다. 어린 나는 누워서 입만 벌려 받아먹었습니다.
제발 앉아서 먹으려무나 물론 이렇게 부드러운 톤은 아니었구요 약간의 쌍소리와 그에 상응하는 협박 혹은 저주, 그리고 폭력
오늘의 달은 그 동그랗고 입안에 쏘옥 들어오는 떡 한 조각 만지면 손끝으로 콩가루가 묻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 달밤을 걸어 나지막한 음악을 들으며 늑대거미보다 조금 빠른 속력으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모든 절기를 잘 버텨냈으므로 며칠 후면 입춘이 다가올 것입니다
온종일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어제는 그럴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하루를 보내는 일이 수 없이 점이 찍혀있고 점 위로 숫자가 적혀있는 종이 한 장을 받아 드는 일 같아요. 아마도 자기 나이만큼 점이 찍혀있을 테니까 형태는 구체적이고 정교해집니다.
점과 다음 점의 순서대로 이어가다 보면 어떤 형태가 드러나죠. 누군가는 목이 긴 동물이 누군가는 새로 태어나 잠을 자다 입술을 오물거리는 아기가 어떤 사람은 아이를 따라다니느라 앞서서 걸어본 적도 없이 멍들고 지친 자신을 점을 다 잇고 나서야 알게 될지도 모르죠.
또 어떤 사람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온종일 점들도 다 잇지 못하는 하루가 될지도 모르고
어떤 그림이 될지 다음 번호를 찾아서 잇기만 합시다. 햇살의 기호와 별의 불안을 따라서 말이죠.
가만히 밤길을 걸어 공원으로 갑니다. 아직 차가운 바람과 당황하지 않아도 되는 월요일 새벽이 건네는 시간으로 공원이 텅 비어 있습니다. 가만히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발 위에 올려두고 작은 그네가 있는 모래밭 위를 가만히 걸어봅니다.
가로등이 주는 나- 즈- 막 한 목소리와 오래전 떠나온 강을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품고 있던 젖은 몸의 모래 냄새
한겨울 발등이 붉게 변하는 시간.
새해 복 받으세요. 복 많이 지으시구요.
저는 복을 많이 못 지어서 조금씩 드립니다.
좋은 글 쓰려면 건강해야 합니다.
건강의 목표를 좋은 글로 잡으면 쉽게 아플 일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진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