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가게 안쪽으로
봄이 입고 오는 색은 언제나 선명하지만, 결코 자극적이지 않다. 연분홍 벚꽃, 연둣빛 새싹, 하늘색보다 조금 더 연한 봄날의 대기. 그 색깔들은 하나하나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마시멜로가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 서로 섞이는 것처럼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햇살에 비친 나뭇잎의 투명한 녹색을 보고 있으면, 마치 파스텔톤으로 물들인 듯한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봄은 원색이 아니다. 봄은 언제나 파스텔처럼 부드러운 색감으로 다가온다.
소리가 없다. 아주 작은, 조용한 탄력감이 손끝에 전해질 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 조용한 감각이 마시멜로의 매력이다.
봄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 사람들은 종종 봄이 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창문을 열었을 때 바람이 조금 더 부드러워져 있음을, 새들이 조금 더 활발하게 지저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봄의 소리는 강렬하지 않다. 그것은 마시멜로처럼 부드럽고 은은하게 다가온다. 들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어느새 우리 곁에 스며들어 있는 소리.
마시멜로는 오래 손에 쥐고 있으면 서서히 녹는다. 처음에는 단단한 형태를 유지하지만, 손의 온기가 스며들면서 점점 더 말랑말랑해지고, 결국에는 손끝에 달라붙어 버린다.
조금 늦게 도착한 극장 안으로 들어가 갑자기 휩싸인 어둠 속 자리를 확인하고 푹신한 의자에 앉은 것처럼 "이제 막 시작됐구나" 싶은 순간이 오지만, 그 안도감도 붙잡아 두기가 어렵다. 어느새 녹아버린 듯 사라지고, 뒤를 돌아보면 이미 한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코앞에 와 있다.
오늘 새벽 세상이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손끝으로 살짝 눌러보면 폭신하게 들어가는 마시멜로처럼. 비가 내리지 않고 디디는 땅이 젖어있었다. 봄이 강도처럼 느닷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손끝이 시리지 않았다. 아주 천천히, 부드러운 물결처럼 스며든다. 바람이 조금씩 따뜻해지고, 해가 길어지면서 몸을 감싸던 두꺼운 옷을 벗진 못했지만, 목도리를 풀어 목에 감도는 바람을 느끼고, 단추를 하나씩 풀며 서서히 봄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아, 봄이 왔구나.
아침, 닫힌 창문으로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하루만큼 더 가깝게 들린다. 나무 위에 내려앉은 작은 생명은 부드럽게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꽃내음은 달콤하다. 그 향기를 맡는 순간, 마치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내리는 마시멜로를 맛보는 듯하다. 포근하고, 달콤하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봄이 피어난다. 길모퉁이 작은 화단에 핀 이름 모를 꽃들, 가게 앞 작은 화분에서 고개를 내민 연초록 새싹들, 그리고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는 연분홍 벚꽃잎들. 모두가 봄을 노래하는 듯하다. 손을 뻗어 닿으면 녹아버릴 것 같은, 하지만 손끝으로 스치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순간들이 이어진다.
마시멜로를 떠올린다. 부드럽고, 가볍고, 달콤한 것.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면 폭신하게 들어갔다가도 천천히 원래의 모양을 찾아가는,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질감. 봄도 그렇다. 겨울의 얼어붙은 대지를 조심스럽게 밀어 올리며 피어나는 새싹들, 눈을 비비며 깨어나는 나른한 공기, 그리고 손끝에 닿는 햇살의 온기까지. 모든 것이 마시멜로 같다.
봄을 손으로 만져보고 싶다. 막 구운 마시멜로처럼 따뜻할까? 손끝에 닿으면 사르르 녹아버릴까? 아니면 가볍고 푹신해서, 오래도록 꼭 쥐고 있어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을까?
봄의 촉감은 확실히 겨울과는 다르다. 겨울의 공기는 날카롭고 차갑다. 손끝에 닿으면 마치 얼음 조각을 쥔 것처럼 곧바로 스며들어, 뼛속까지 서늘하게 만든다. 하지만 봄은 그렇지 않다. 겨울이 놓고 간 차가움을 조용히 녹이며, 서서히 몸을 감싸는 느낌이다.
봄날의 바람이 볼을 스칠 때마다, 마시멜로처럼 부드럽다고 생각한다. 단단하게 굳지 않고, 적당한 온기로 피부를 감싼다.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내릴 듯하면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한순간 스쳐 지나가지만, 확실하게 남는다.
가벼운 온기로 다가오지만, 점점 피부에 스며들며 온몸을 따뜻하게 데운다. 조금씩, 그리고 확실하게.
입에 넣으면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버린다. 달콤함은 격렬하지 않다. 사탕처럼 강렬하게 혀를 자극하지도 않고, 초콜릿처럼 깊은 맛을 남기지도 않는다. 그저 입안에서 천천히 퍼지며,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기분을 달콤하게 만든다.
달콤함은 벚꽃 향기 속에, 나른한 오후의 공기 속에, 첫사랑처럼 설레는 어떤 순간 속에 있다. 거창하지 않지만, 조용하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달콤함. 그래서인지 봄날에는 무언가를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그 안에서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갓 수확한 딸기의 상큼한 맛, 살짝 구운 마시멜로의 은은한 단맛, 따뜻한 바람과 함께 마시는 커피의 부드러움. 그 모든 것이 봄의 맛이다. 봄을 씹을 수 있다면.
연한 핑크나 노란색, 파스텔톤의 다양한 색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색들은 하나같이 부드럽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색감.
봄이 입고 오는 색은 언제나 선명하지만, 결코 자극적이지 않다. 연분홍 벚꽃, 연둣빛 새싹, 하늘색보다 조금 더 연한 봄날의 대기. 그 색깔들은 하나하나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마시멜로가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 서로 섞이는 것처럼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햇살에 비친 나뭇잎의 투명한 녹색을 보고 있으면, 마치 파스텔톤으로 물들인 듯한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봄은 원색이 아니다. 봄은 언제나 파스텔처럼 부드러운 색감으로 다가온다.
소리가 없다. 아주 작은, 조용한 탄력감이 손끝에 전해질 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 조용한 감각이 마시멜로의 매력이다.
봄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 사람들은 종종 봄이 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창문을 열었을 때 바람이 조금 더 부드러워져 있음을, 새들이 조금 더 활발하게 지저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봄의 소리는 강렬하지 않다. 그것은 마시멜로처럼 부드럽고 은은하게 다가온다. 들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어느새 우리 곁에 스며들어 있는 소리.
마시멜로는 오래 손에 쥐고 있으면 서서히 녹는다. 처음에는 단단한 형태를 유지하지만, 손의 온기가 스며들면서 점점 더 말랑말랑해지고, 결국에는 손끝에 달라붙어 버린다.
조금 늦게 도착한 극장 안으로 들어가 갑자기 휩싸인 어둠 속 자리를 확인하고 푹신한 의자에 앉은 것처럼 "이제 막 시작됐구나" 싶은 순간이 오지만, 그 안도감도 붙잡아 두기가 어렵다. 어느새 녹아버린 듯 사라지고, 뒤를 돌아보면 이미 한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코앞에 와 있다.